“갭투자 막히니 답이 없네요”…대출규제 후폭풍, 서울서 계약 취소 164건

6.27대책 후 매수 포기 속출
갭투자 안돼 자금조달 못하고
집값 하락 가능성 우려도 겹쳐

영등포·성동·서대문·노원 등
3040 ‘패닉바잉’ 지역서 많아

서울 양천구 목동 6단지. [김호영 기자]
지난달 27일 정부가 초강력 대출 규제를 발표한 직후 주택 매매 계약 해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번 규제 강도가 워낙 세 당분간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것과 함께 세입자 반환대출도 1억원으로 제한되는 등 자금 계획에 차질을 빚는 매수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부동산 시장에서 주식 시장으로 자금 흐름을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자 ‘패닉바잉’ 틈바구니에서 매수를 결정했던 주택 구매자들의 계약 해제가 본격화된 것이다.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중 대출 규제가 발표된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계약 해제가 신고된 건수는 164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규제 발표일인 27일 계약이 체결된 뒤 당일 바로 취소된 건만 14건에 이른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6차 전용 83㎡는 27일 38억3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신고됐지만, 당일 계약 해제됐다.

서울 송파구 트리지움 전용 84㎡도 27일 32억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된 뒤 당일 계약 해제가 신고됐다.


계약 해제 거래를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영등포구가 18건으로 가장 많고 성동구(14건), 서대문구(11건), 노원·동작·마포·양천 각각 10건 등이다.

주로 30·40세대가 직장과 가까워 주거 선호도가 높았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과 동작·양천 등에서 계약 해제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계약 해제를 금액대별로 살펴보면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 거래가 52건으로 가장 많았고 10억원 이상 15억원 미만(45건), 15억원 이상 20억원 미만(28건), 30억원 이상(16건) 등 순이었다.


계약 해제 발생 이유는 다양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7일까지 주택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이미 납부한 매수자는 이번 대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럼에도 계약 해제가 속속 체결된 이유는 ‘세입자 임차보증금 반환’ 한도가 1억원으로 제한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27일 이후 체결된 임대차 계약부터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일으키는 생활안정목적 주담대에 대해서도 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27일 이전 주택 매매 계약을 체결한 뒤 전세를 놓을 계획이었던 매수자 입장에서는 해당 규제가 유지되는 한 보증금을 전액 현금으로 충당하지 않는 이상 계속 세입자를 들여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2025.4.23 [사진 = 연합뉴스]
규제 시행 전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을 구입한 매수자 일부도 대출 규제 대상에 편입되며 꼼짝없이 계약을 해제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토허제 지역 주택 매수에 대해서는 ‘토지거래허가 접수’를 기준으로 6억원 대출 한도 적용 여부를 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통상 토허제 구역 내 주택 매매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 매매약정서 체결→토지거래허가 신청→지방자치단체 허가 후 계약서 작성 등 순으로 이뤄진다.

만약 27일까지 주택을 매수하기로 하고 일부 가계약금 등을 보낸 경우에도 토지거래허가 접수를 하지 않았다면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막히게 되는 셈이다.

양천구 목동에서 계약 해제 7건이 이뤄진 것도 이런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부동산업계는 이번 대출 규제가 정부 예상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까지 매매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만약 매도인이 아직 새로 이사 갈 주택을 구하지 못했다면 대출 규제에 영향을 받아 이미 체결된 계약을 취소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주택 매매는 연쇄적인 만큼 한 건의 거래 취소는 다른 계약 취소로 이어지며 시장에 거래절벽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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