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 꼼수 회피’ 태광산업 EB 발행 논란...가처분 신청에 일단 중지

이사회 내 교환사채 발행 반대 늘어
李정부 자사주 소각 정책 반기 해석도
금감원 반대에 한투 끌어들여 강행

태광산업 로고. (사진=태광산업)
태광산업이 금융감독원에서 정정명령을 내린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을 이사회에서 다시 승인했다.

발행된 교환사채는 한국투자증권에서 전량 인수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7월 1일 태광산업의 교환사채 발행에 관해 발행 대상 등이 빠져 정정명령을 부과했다.

이에 같은 날 태광산업은 한 번 더 이사회를 열어 발행 대상자를 확정 지었다.


자사주 처분 규모 27만1769주(24.41%)와 교환사채 발행 규모 3186억원은 그대로 유지됐다.

발행 대상자만 한국투자증권으로 정해졌다.

태광산업은 “한국투자증권이 내부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공시하며 변동 가능성도 남겼다.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에 관해 김우진(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과 안효성(회계법인 세종 상무이사) 사외이사는 반대했다.

유태호 대표이사·정안식 상무 등 사내이사와 최영진(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오윤경(동덕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사외이사는 안건에 찬성했다.

한 표 차이로 이사회를 통과했다.


효성 사외이사는 세무 문제를 이유로 들어 반대했으며 김우진 사외이사는 교환사채 발행이 주주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처음 이사회에서 교환사채 발행 안건이 통과된 6월 27일에는 김 사외이사만 반대했지만, 반대표가 더 늘어났다.


태광산업은 “정부 정책을 반영해 자사주를 소각하고 주식 가치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 재편으로 생존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며 “교환사채 발행을 통한 투자자금은 회사 존립과 직원 고용안정을 위해 꼭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론은 악화되는 상황이다.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는 “새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전면도발, 정면 도전을 선포했다”라고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현 정부는 자사주 소각을 제도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반해 태광산업이 자사주를 매각해 역행하는 행보를 보인 점을 비판했다.


발행 대상자인 한국투자증권을 향한 비판도 이뤄졌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은 본래 태광산업과 관계가 좋았다”라며 “이번에 논란된 교환부채 물량을 전부 떠안기로 결정한 건 양사 관계가 그만큼 가깝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향후 태광산업이 신사업 진출을 위한 인수합병(M&A)을 진행할 때 인수금융과 자문서비스 등을 통해 이익을 가져올 수도 있다.

논란을 감수하더라도 태광산업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다.


태광산업의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6월 30일 교환사채 발행을 중지하기 위해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가처분 인용 시 자사주 처분과 교환사채 발행은 중단된다.


트러스톤 관계자는 “태광산업의 교환사채 발행이 문제되는 이유는 인수자가 명시되지 않았고 발행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라며 “긴급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2명의 반대에도 교환사채 발행을 통과시켰지만 여전히 발행 목적은 완전히 해명되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에 7월 2일 오후 태광산업은 교환사채 발행 후속 절차를 중단했다.

공식 입장문을 통해 “트러스톤의 가처분 신청에 관한 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관련 절차를 중단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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