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 교체로 SK이노베이션을 이끌게 된 장용호 총괄사장이 하반기 본격적인 리밸런싱(사업 재편)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실적 부진과 성장동력 부재 이중고에 빠진 SK이노베이션의 체질 개선을 위해 긴급 투입된 장 총괄사장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장 총괄사장은 최근 계열사별 사업보고를 마무리 짓고 취임 후 첫 직원 대상 타운홀미팅을 개최한다.

취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핵심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비주력 사업 정리와 지분 매각을 위한 조감도를 그려나가는 셈이다.


무엇보다 장 총괄사장이 SK그룹 내 대표적인 구조조정·리밸런싱 전문가로 꼽히는 만큼 향후 SK이노베이션의 리밸런싱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


장기 부진이 계속되는 계열사 리밸런싱이 우선 추진된다.

올해 1분기(연결기준) 4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분기 만에 적자 전환한 SK이노베이션은 화학 부문(SK지오센트릭)과 소재 부문(SK아이이테크놀로지)이 각각 1143억원, 548억원의 영업적자로 우려를 키웠다.

배터리 부문(SK온)은 2993억원 적자로 계열사 중 적자폭이 가장 컸다.


SK 관계자는 "부진한 계열사나 비주력 사업에 대한 매각과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며 "다양한 리밸런싱 카드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는 알짜 계열사라도 예외는 아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리밸런싱 추진에 성역이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11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합병한 도시가스·액화천연가스(LNG) 에너지 계열사 SK이노베이션 E&S가 대표적이다.

SK이노베이션 E&S는 올 상반기부터 도시가스 사업 자회사의 핵심 부동산 자산인 대치동 코원에너지서비스 용지 매각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핵심 캐시카우인 LNG 발전 사업과 관련된 자산 유동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현재로선 확정된 바가 없다"며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1분기 1214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윤활유 계열사 SK엔무브와 미래 사업으로 낙점한 배터리 계열사 SK온 역시 리밸런싱 대상이다.

다만 당초 상장 등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설 예정이었던 SK엔무브는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와 새 정부 정책 리스크 등으로 당분간은 상황을 관망할 것으로 관측된다.


SK온에 대한 구조조정도 하반기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통합 SK이노베이션 출범, SK온·SK엔텀·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의 3사 합병 등 SK이노베이션의 주요 리밸런싱이 SK온의 경쟁력 회복과 재무 건전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향후 SK온을 둘러싼 리밸런싱 방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CEO 회의인 경영전략회의에서 리밸런싱 방향에 대해 설명한 장 총괄사장은 19일 오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타운홀미팅을 열고 향후 쇄신 방향을 직접 공유할 예정이다.

특히 하반기 SK이노베이션의 운영 방안과 핵심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직원들과 내부 공감대를 형성해 조직 내 불안감을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장 총괄사장이 직원들과 직접 소통에 나선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운영 방식 전반에도 장 총괄대표식 '실용주의' 기조가 반영될 예정이다.

지난 5월 초 임원 오전 7시 출근, 출장 축소 등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한 SK이노베이션은 보다 실무적으로 적용 가능한 액션 플랜을 수립해 각 계열사와 부서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나갈 방침이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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