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제 KBI알로이 대표
국내유일 全공정 동합금기업
비행기 핵심소재 ‘도체’ 생산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 공급
미국·유럽 등 해외 매출 75%
美 관세 불구 “제품 더 달라”
전기차 와이어 신시장 출사표
최근 방문한 충남 아산시 KBI알로이 생산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밀려들어와 한여름을 방불케 했다.
섭씨 1350도까지 오르는 용해로에서 구리·크롬·지르코늄 등이 녹아내리며 합금동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합금동은 길고 얇게 뽑히는 압출 공정과 규격 틀을 사용해 필요한 형상으로 제조되는 인발 공정을 거쳐 최종 제품으로 탄생한다.
항공기 시그널 와이어 도체, 전기·저항·전극용 소재, 자동차 접점 저항 용접용 캡팁과 부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김병제 KBI알로이 대표(사진)는 “용해·압출·인발·신선·열처리를 비롯해 전 공정을 자체 수행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특수 동합금 업체는 국내에서 KBI알로이가 유일하다”며 “고부가가치 특수 동합금 소재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KBI알로이는 대기업이 진출하기에는 시장이 작아 간과됐던 틈새시장에서 기술력과 품질로 세계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강소기업’으로 평가받는다.
2023년 ‘3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KBI알로이는 현재 매출 가운데 75% 이상을 미국·중남미·유럽·중동·아시아 등 국외에서 올리고 있다.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김 대표는 “미국 정책에 따라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바이어 쪽에서 ‘우리가 관세를 부담하겠다’고 할 정도로 제품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소개했다.
특히 진입장벽이 높은 항공기 와이어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했다.
2018년부터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에 비행기 내 다양한 장비의 전자신호 전달에 쓰이는 항공기 시그널 와이어 핵심 소재인 동특수합금컨덕터(도체)를 납품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영하 50~60도에 달하는 극한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해야 하는 고성능 제품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KBI알로이만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도화한 설비가 품질 경쟁력의 기반이다.
김 대표는 “품질은 설비에서 나온다”며 “일반 도가니로 대비 편석 현상(합금 성분이 뭉치는 것)이 훨씬 적은 중주파 유도 용해로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가니 외부 열로 금속을 녹이는 도가니로와 달리 중주파 유도 용해로는 전자기 유도로 금속을 직접 가열해 열 효율과 용해 속도가 높다.
또 용해로 내부에서 합금이 잘 섞이는 교반 작용이 우수해 편석이 훨씬 적다.
3000t 규모 간접 압출기도 KBI알로이가 내세우는 설비다.
직접 압출 방식과 달리 불순물이 제품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구조여서 품질이 우수하고 수율이 높다.
KBI알로이는 신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일반 구리 와이어보다 더 가늘고 강하며 열에 강한 전기차용 시그널 와이어를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자동차 경량화를 통해 연비 개선과 생산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
내년 말까지 필드 테스트를 마치는 게 목표다.
KBI알로이는 생산공장의 스마트 전환도 추진하고 있다.
총 1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또 KBI알로이는
하이브리드 차량 트랜스미션 부품, 전기·전자용 커넥터, 3D 프린터용 메탈 파우더, 핵융합 원자로 및 로켓 추진체 부품용 소재로 사용되는 동특수 합금을 생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고가의 외산 소재를 수입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KBI알로이 소재는 외산 대비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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