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위기 방치할 수 없다”…젊은피 선장 내세운 SK이노, 현장 분위기 바꾼다

SK이노베이션 CEO 전격교체
장용호 중심 ‘리밸런싱 가속화’
추형욱, 젊은피로 현장 변화 유도
2년 연속 중간 인사…긴장감 고조
구조조정·투자 재편 본격화 신호탄

SK이노베이션이 이례적으로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중간 인사를 단행했다.

후임으로 장용호 신임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추형욱 신임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를 함께 선임한 것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에너지 사업을 총괄하는 SK이노베이션의 위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에는 계열사 간 합병을 통해 자산 105조원 규모의 아시아 최대 에너지기업으로 재탄생하며 도약할 것을 기대했지만 실적 부진이 장기화됐다.


총괄사장에 부임할 장용호 SK(주) 사장은 그룹 내에서 신사업 투자와 포트폴리오 확장에 탁월한 역량을 보여온 인물이다.

1989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에 입사한 후 SK(주) 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PM) 부문장,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 SK실트론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실적 향상과 성장 기반 마련에 역할을 했다.

이번 인사로 그는 SK(주) 대표이사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겸임한다.


무엇보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오너가의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는 점이 이번 발탁 배경으로 손꼽힌다.

SK이노베이션 실적 부진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고 투자 관리와 리밸런싱에 최적화됐다는 평을 받는다.


SK그룹 내 대표적 전략통이자 50대 기수인 추형욱 신임 대표이사는 합병 6개월여 만에 통합 SK이노베이션의 대표이사직을 맡는다.

SK그룹 내 대표적인 젊은 경영인으로 에너지 신사업과 수소 생태계 구축에 탁월한 성과를 보여왔다.

2006년 SK E&S 전략기획팀에 합류한 뒤 SK(주) 사업지원실과 재무실 등에서 기획·전략·재무 분야를 두루 경험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이후 E&S CIC 사장과 시너지추진단장을 겸임하며 양사의 역량 결집을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온 만큼 에너지기업 경영 전문성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관건은 SK이노베이션이 이례적인 경영진 중간 교체라는 초강수를 둔 만큼 얼마나 빨리 위기 극복의 구심력을 확보하느냐다.

특히 사령탑 2명이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두 사람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유기적인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위기 돌파의 열쇠인 셈이다.

기존 박상규 총괄사장이 맡던 역할을 기능 중심으로 나눈 만큼 책임 분산과 실행력 제고를 동시에 꾀한 인사 구조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최우선 과제는 실적 개선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연결 기준) 매출 21조1466억원, 영업손실 446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 만에 적자 전환했다.

최근 4개 분기 중 지난해 4분기를 제외한 3개 분기가 영업 적자일 만큼 실적 악화가 만성화되는 모습이다.

핵심 계열사인 정유, 석유화학, 배터리 사업이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와 이에 따른 마진 축소로 줄줄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산업 전반으로 확산된 실적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11월 알짜 에너지 계열사 SK E&S과 합병하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그 효과도 오래가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신규 경영진은 앞으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턴어라운드와 에너지와 화학 사업의 실적 개선을 위해 리밸런싱과 운영 개선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SK이노베이션 경영진 교체가 그룹의 경영전략회의를 앞두고 나온 일종의 ‘예고 조치’인 만큼 하반기에 더욱 과감한 사업 구조 개편과 인력 조정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크다.


한편 이번에 물러난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인재육성위원회 위원장과 써니(mySUNI) 총장으로서 SK그룹 인재를 키우는 일에 힘을 쏟는 동시에 SK이노베이션 일본 담당으로서 일본 내 사업 기회 확보 등에 매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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