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산동 이랜드 본사에 위치한 패션연구소에 의류 수만 점이 진열돼 있다.

이랜드


1990년대 미국 아이비리그 재학생들이 입던 학교 점퍼부터 고등학교 치어리더 유니폼까지. 돌고 도는 유행 속에서 꾸준히 활용되는 패션 아이템들의 '원본' 28만점을 보유한 보물창고가 있다.

서울 답십리와 가산동 두 곳에 위치한 이랜드의 '패션연구소'는 1990년대부터 수집한 의류를 진열해둔 국내 최대 규모의 패션 아카이브다.


최근 찾은 이랜드의 가산동 패션연구소에는 990㎡ 규모 공간에 미국 대학 재킷과 여성 블라우스, 체크 셔츠 등 카테고리별·색상별로 수천 벌의 의류가 2층 행거에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오래된 의류들이 책처럼 빼곡히 진열돼 있어 '옷으로 만든 도서관'을 방불케 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체크 패턴 의류만 해도 8000점 이상"이라며 "패턴 간격이 얼마나 다른지, 사용된 컬러가 몇 개인지 등 세부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기준으로 데이터를 축적해 매 시즌 새로운 디자인 및 생산 전략을 세운다"고 설명했다.


답십리에 위치한 또 다른 연구소는 2600㎡ 규모에 달하며 밀리터리룩의 원형이 된 실제 군복과 미국 치어리더 유니폼, 세계 각국의 전통의상 등도 보존돼 있다.

두 연구소에서 보유한 패션 관련 서적도 1만7000권에 달한다.

이랜드에서 근무하는 디자이너와 임원들이 매일 이곳을 드나들며 다음 시즌 의류를 구상한다고 한다.


이랜드가 소비 침체 속에서도 스파오, 후아유, 미쏘 등 다양한 SPA 브랜드를 내세워 높은 성장을 이어가는 배경엔 이 같은 패션연구소가 자리하고 있다.

스파오, 후아유, 미쏘 등 이랜드 주요 브랜드는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했다.

스파오의 경우 지난해 약 6000억원의 연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패션연구소는 단순한 보관·전시 기능을 넘어선다.

디자이너들은 이곳에서 실물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자인 방향을 정하고, 제조·마케팅 부서와 협업해 상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전 과정을 효율화한다.

후아유의 '바시티 재킷', 스파오의 '케이블 스웨터' 등은 이 같은 연구 기반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이랜드의 한 디자이너는 "SNS 또는 경쟁사 상품 분석만으로는 한계가 있는데, 패션연구소 아카이브에서 수백 개의 같은 아이템을 비교 분석하다 보면 트렌드의 맥을 짚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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