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중 99명이 반대하는데…직내괴 책임자 복귀에 ‘갈등 폭발’

네이버 노동조합이 2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최인혁 전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 복귀 반대 시위를 열었다.

[이가람 기자]

네이버의 내홍이 심화하고 있다.

과거 직장 내 괴롭힘 사망 사건에 연루된 최인혁 전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새로운 사업부의 수장으로 내정되자 반발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네이버 노동조합이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한 결과 대다수가 복귀 반대 의견을 냈다.


27일 네이버 노조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최 전 COO의 출근을 저지하는 집회를 열고, 조합원 총투표 결과를 공개했다.

조합원 5701명 가운데 4507명이 투표에 참여해 4454명(98.82%)이 최 전 COO의 복귀에 반대표를 던졌다.


네이버는 지난 15일 헬스케어사업을 담당하는 테크비즈니스 부문을 출범시키며 최 전 COO를 초대 대표로 선임했다.

네이버는 최 전 COO가 개발자로서 검색 서비스 강화 및 광고 상품 개발 등 주요 사업을 이끌어 네이버의 성장에 기여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 전 COO는 네이버 초창기 멤버 중 한 명으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는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간 총투표를 진행했다.

이 투표는 노조 설립 이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제외한 사안으로는 처음 진행된 조합원 투표다.

그럼에도 네이버는 노조의 공동서명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아 갈등 봉합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최 전 COO는 지난 2021년 네이버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망 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된다.

직원 A가 과다한 업무와 부당한 지시를 수행하면서 모욕적인 공격과 폭력적인 협박을 받다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해 정보기술(IT)업계에 충격을 준 비극이다.


가해자는 임원 B씨로 알려졌다.

B씨는 정보기술(IT)업계에서 다수의 직장 내 괴롭힘을 저질러 우려를 산 바 있다.

하지만 최 전 COO가 문제 발생 시 책임을 지겠다며 B씨의 입사를 강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용노동부도 최 전 COO가 내부의 문제 제기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B씨를 비호했다고 지적했다.

최 전 COO는 노동부 특별근로감독과 국회 국정감사, 네이버 리스크관리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직무 정지 처분을 받은 이후 모든 직위·직책을 내려놨다.

그러다 돌연 재입사를 결정했다.


이날 노조는 네이버가 지난 3월 회사 소속이 아닌 외부 인사였던 최 전 COO의 입장을 소명하는 비공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복귀를 위한 작업을 지원한 의도와 배경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노조가 입수한 설명회 PPT 문건에는 내부 인사·메일 내용 등 내부인만이 열람할 수 있는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또 노조는 경영진에게 최 전 COO가 고인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오는 30일까지 대응하지 않으면 다음 달 11일 다시 한번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수운 네이버 노조 사무장은 “단순히 한 사람의 복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우리의 조직문화가 수직적이고 강압적이고 억압적인 과거로 돌아가면 안 된다는 절박함의 표현”이라며 “네이버가 강조하던 책임경영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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