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유통업체의 갑질에 대해 솜방망이 과징금에 그친다는 지적에 제재 체계를 전면 손질한다.

대규모유통업법과 대리점법은 위법 규모를 산정하기 어려울 때 정액 과징금 상한을 5억원으로 제한하는데, 공정위는 이 경우에도 정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대규모유통업법·대리점법 간 과징금 부과 기준의 정합성 확보 및 합리성 증진 방안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두 법의 모법인 공정거래법과 정합성을 맞출 경우 매출액의 2%를 과징금 상한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4개월간 연구를 거쳐 관련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법령, 고시 등 개정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매출액의 2%까지 과징금 제재가 가해지며, 매출액이 산정되지 않는 행위에는 최대 10억원의 정액 과징금이 부과된다.

반면 대규모유통업법과 대리점법에선 위반 금액이 산정되지 않는 행위의 경우 최대 5억원의 범위 안에서만 정액 과징금이 부과된다.

위반 금액은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서 위법하게 수취한 금액을 뜻한다.

이 때문에 대규모유통업법과 대리점법에서는 관련 매출액이 산정돼도 위반 금액이 명확하지 않다면 법 위반 규모에 비해 제재 수위가 지나치게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대형 유통업체의 갑질을 엄격히 규율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이들이 공정거래법을 적용받는 중소 유통업체들에 비해 되레 더 적은 과징금을 부과받는 규제 역전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는 최근 대규모유통업법·대리점법에 경영 간섭 행위가 추가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전까지는 이들 법에 해당 조항이 없어 대형 유통업체의 경영 간섭은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 규정을 적용해 제재해왔다.

2021년 쿠팡은 납품업자에게 경쟁 온라인몰에서 판매가격 인상을 요구했다가 규정을 적용받아 과징금 33억원의 제재를 받았다.

현재라면 대규모유통업법상 납품대금을 기준으로 과징금이 매겨져야 한다.


정률 과징금이 적용되지 않아 부당 행위 규모에 비해 현저히 낮은 과징금이 부과된 경우도 있다.


[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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