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도 원하는 만큼만 덜어서 구매하는 '소분(小分) 매장'이 화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 '신세계 마켓'에 자리 잡은 '치즈바' 얘기다.
각양각색의 신선한 치즈를 조금씩 구매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매장이다.
그동안 덩어리 치즈는 완제품을 판매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치즈가 입맛에 맞을지 모르는 소비자들로서는 섣불리 큼직한 치즈를 통째로 사먹기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조금씩 맛보고 취향을 찾을 수 있도록 소분 판매 방식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7월 식품위생법이 개정되면서 치즈류도 소분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치즈 매장'은 결정적인 변화에 들어섰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말 강남점 '신세계 마켓'을 공개하면서 새로운 콘셉트의 '치즈바'를 한국에 처음 도입했다.
집에서 혼술을 즐기거나 지인들과 홈파티를 여는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다.
술안주가 아니어도 집에서 파스타 등 각종 요리를 즐기는 경우가 늘면서 신선한 치즈를 조금씩 구매하려는 소비층이 많아지고 있다.
새로 문을 연 신세계 강남점 치즈 코너 매출은 신세계 마켓 오픈 이전보다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
재구매율도 31%에 달한다.
한 번 찾은 고객 3명 중 1명은 다시 이곳에서 치즈를 샀다는 뜻이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주말에는 대기줄이 길게 이어질 정도로 인기"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콘셉트의 치즈바는 최봉균 신세계백화점 가공식품팀 MD가 기획했다.
2009년 회사에 입사한 그는 디저트·가공식품 등 10여 년간 국내 식품 시장을 두루 살펴본 전문가다.
그는 치즈 시장의 소분 판매 금지 규제가 완화되면 국내 치즈 시장이 더욱 확대되리라 앞서 내다봤다.
예감은 적중했다.
덩어리째 판매하던 기존 수입 치즈는 특성상 가격이 높고, 보관이 어려워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꼈다.
소분 판매 방식이 도입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
최 MD는 이탈리아 치즈의 본고장으로 유명한 파르마와 프랑스·영국 등 유럽 각지를 수시로 찾았다.
숱한 해외 매장을 돌아다니며 기존 국내 매장에서 어떻게 차별화를 만들어낼지 고민했다.
샌드륀뒤랑·자퀸로망 등 유럽의 치즈 장인 브랜드와 협업해 전통 자연 치즈 상품도 대거 확보했다.
최 MD는 최근 초개인화와 '토핑 경제' 트렌드를 참고해 '나만의 플래터' 서비스도 함께 기획했다.
토핑 경제는 음식에 원하는 토핑을 올리듯 각자의 기호에 맞게 조금씩 골라 소비하는 추세를 뜻한다.
고다·카망베르 치즈를 비롯해 샤퀴테리·생과일·견과·건과일 등 취향에 맞는 재료를 조합해 나만의 플래터를 만들 수 있게 했다.
그의 노력은 고객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증명됐다.
매장을 찾은 한 소비자는 "우리나라도 이제 해외처럼 원하는 조합대로 고를 수 있는 치즈바가 있어서 좋다"며 "봄을 맞아 치즈 플래터와 와인을 들고 나들이 가기에도 딱이라 설렌다"고 말했다.
최 MD는 "대량 구매가 부담스러운 고객들을 위해 합리적이고 실속 있는 치즈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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