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5000억 투입해 미국에 만든다는 이것...철강관세 돌파 ‘묘수’로 주목

관세·韓강성노조 부담 덜고
에너지 비용 낮아 원가 절감
韓 철강산업은 공동화 우려

현대제철 노사분규로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비어있는 냉연 제품장. <현대제철>
현대제철이 25일 미국에 58억달러(약 8조5000억원)를 투자해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제철소는 자동차 강판에 특화된 제철소다.

이번 제철소 건설로 현대자동차그룹은 안정적인 현지 공급망을 구축하고, 철강 관세에 대한 부담도 덜게 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선 현지 생산 확대 정책으로 인해 한국 내 생산시설 축소를 비롯한 산업 공동화 우려도 나왔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들어설 전기로 제철소는 2029년 상업 생산 개시가 목표다.

제철소 건설은 이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백악관에서 발표한 총 31조원 규모 미국 현지 공급망 구축 전략의 핵심 사안이다.

현지 제철소를 지어 자동차 공장에 직접 강판을 공급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철강 부문 상호 관세 25% 적용도 피할 수 있다.


이번 발표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대차는 미국에서 철강과 자동차를 생산하고 그 결과 관세를 부과받지 않게 된다”고 밝힌 배경이다.


신규 전기로 제철소는 원료부터 제품 완성에 이르는 제선·제강·압연 공정을 한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미국 최초의 전기로 일관(一貫) 제철소다.

전기로는 기존 고로 대비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고품질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로서 전기로와 열연·냉연강판 생산설비로 구성하고 연간 270만t을 생산하는 규모를 갖추게 된다.

이는 기존 당진·순천제철소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용 철강재 총생산량(연간 500만~550만t)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대제철현대차·기아는 물론 미국 완성차 제조사들의 전략 차종에 들어가는 강판을 주력으로 공급한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 그리고 신규 가동되는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와도 인접해 있어 물류비 절감과 안정적인 공급체계 구축이 가능하다.


여기에 향후 멕시코, 브라질을 포함한 중남미 지역과 유럽 현지 글로벌 완성차 업체까지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투자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현대차그룹과 공동 투자를 협의 중”이라며 “전략적 파트너사와 지분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이번 제철소 건설로 관세 부담은 물론 한국 내 산업용 전기료 인상으로 인한 생산원가 급등, 노사 갈등 장기화에 따른 생산 차질 문제 등에 대한 부담도 크게 덜 전망이다.

미국은 한국보다 천연가스·전력 등 에너지 비용이 낮아 원가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최근 한국 철강업계가 해외 생산시설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커지고 있는 한국 내 제철소 축소나 폐업에 따른 산업 공동화 우려다.


현대제철은 중국산 저가 후판의 공습으로 인해 지난해 포항2공장 폐쇄를 결정했다가 노조 반발로 축소 운영하기로 협의하는 등 한국 내 생산설비를 축소해나가고 있다.

이달 17일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며 사상 최초로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검토하며 인력도 축소하는 분위기다.


포스코 역시 지난해 포항1제강공장,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 등을 잇달아 셧다운했다.

포스코는 최근 미국에 고로 또는 전기로 방식의 제철소 건립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탄소중립산업전환연구실 실장은 “기업 입장에선 국내 철강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관세 문제와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진출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기존 인력을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시설에 재배치하는 등 정부와 기업, 노조가 협의해 산업구조 변화에 함께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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