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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회 LG그룹 창업회장(왼쪽)과 효주 허만정 GS 창업회장. 매경DB |
GS그룹이 이달 말 출범 20주년을 맞는다.
1947년 LG 창업 이후 3대에 걸친 공동경영은 2004년 마무리됐고, GS는 2005년 1월 계열분리를 완료했다.
그해 3월 31일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CI(기업 이미지·Corporate Identity) 선포식을 갖고 '모두가 선망하는 Value No.1 GS'를 선포했다.
20년 새 GS그룹의 연 매출은 23조원에서 84조원, 자산은 19조원에서 81조원으로 성장했다.
GS그룹은 2005년 출범했지만, 창업은 1947년이다.
고(故) 효주 허만정 GS 창업주가 고 구인회 LG 창업 회장과 공동경영을 하면서 GS분리 이전 LG그룹이 시작됐다.
경남 진주 승산마을의 만석꾼 허만정은 1946년 셋째 아들 허준구(당시 24세)와 함께 구 창업회장을 찾아왔다.
허준구는 구 회장의 동생인 구철회 LG 창업고문 맏사위다.
이 자리에서 허만정은 "이 아이를 맡기고 갈 터이니 밑에 두고 사람 만들어주소. 내 사돈이 하는 사업에 출자도 좀 할 생각이오"라며 구인회 회장에게 돈과 아들을 투자했다.
'아름다운 동행'의 시작이다.
해방 전후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허만정은 농업자본을 산업자본으로 전환해 변화에 적극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구인회를 통해 새로운 사업과 성장기회를 발견했다.
미래 전망이 밝은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한 대한민국 최초 벤처캐피털리스트라 불릴 만한 대목이다.
허만정의 아들과 손자들은 LG 창업과 성장, GS 출범에 막대한 기여를 했다.
허만정은 허준구를 시작으로 1952년 차남 허학구, 1953년 사남 허신구를 LG에 합류시켰다.
허씨 형제들은 '얼굴 없는 경영자'로 불리며 구씨 경영인들과 회사를 키워 나갔다.
그들은 앞에 나서기보다 묵묵히 회사 성장에 기여했다.
관후인덕(寬厚仁德)의 리더십을 가진 허준구는 LG그룹 기획조정실장, 금성사(현
LG전자) 사장, 금성전선(현 LS전선) 사장을 지냈다.
금성전선 최고경영자(CEO)는 1971년부터 1995년 경영에서 은퇴할 때까지 맡았다.
허학구는 락희화학 부사장을 지냈으며, 허신구는 금성사 사장 재직 시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컬러TV 생산공장을 세웠다.
이 공장은 한국 기업이 설립한 최초의 해외 생산기지였다.
한국의 빨래 문화를 바꾼 세제 '하이타이'를 탄생시킨 주인공도 허신구다.
허만정 창업주의 손자인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미래에 꽂혀 있다.
그는 2022년 한국 지주회사 최초의 CVC(기업형 벤처캐피털)인 GS벤처스를 설립했다.
미래성장을 이끌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위해서다.
허 회장은 조부의 벤처육성 정신을 이어받아 GS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GS그룹은 이달 말 창립 20주년 기념 행사에 고객과 주주를 초청한다.
물론 LG, LS, LIG, LX 경영
진도 이 자리에 함께한다.
이날 행사 타이틀은 '함께 성장한 57년, 미래를 향한 20년'이다.
허씨·구씨가 함께했던 57년을 기억하고, GS 출범 후 20년 동안 두 가문 경영인들과 함께 미래를 준비했다는 의미다.
그룹 출범 후에도 이희국 전
LG전자 사장이
GS건설 이사회에 참여했으며, 허
성우 GS칼텍스 부사장 등 LG 출신 임원들은 지금도 GS에 합류하고 있다.
두 그룹 간 사업영역에 대한 다툼도 없다.
지난해 12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모친 구위숙 여사 빈소에는 구광모 LG 회장, 구자은 LS 회장, 구본상 LIG 회장 등 범LG가 경영인들이 조문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구씨·허씨 동업정신은 이어질 예정이다.
'아름다운 동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미래와 다음세대를 위해 구씨·허씨 경영인들이 신명나는 경영을 보여주길 응원한다.
[정승환 재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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