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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 후보자. [사진=AFP연합] |
“대만은 미국에 중요하지만, 실존적 이익이 아니다.
”
지난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책사인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 후보자의 의회 인사청문회 발언은 대만에 충격을 안겼다.
스스로를 ‘지정학 현실주의자’로 칭하는 그의 청문회 발언은 대만에 유사 사태가 발생해도 미국이 나 몰라라 할 수 있음을 공개 경고한 것이다.
미국의 핵심 이익은 중국의 헤게모니를 부인하는 것이지, 대만 수호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더티 딜’로 묘사되는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러시아 밀착 행보를 오차 없이 설명한다.
중국의 패권은 미국이 쉽게 이길 수 없을 만큼 확장됐고, 중국과의 충돌에 대비해 유럽에서 아시아로 미국의 지정학적 ‘우선순위’가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콜비는 “미국은 중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고, 10월 다트머스대 대선 정책 강연에서는 “중국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미국은 3차 세계대전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서두르며 러시아와 노골적인 밀월에 나선 것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이이제이 전략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을 우군으로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는 시진핑과 하는 어떤 전쟁에서도 이길 수 없다.
콜비는 미국 대선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주한미군은 중국을 견제하는 데 집중해야 하니 북한 견제는 한국이 알아서 자강하라는 것이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탄광 속 카나리아처럼 한국에 사전 위기 신호다.
대만이 미국의 실존적 이익이 아니라는 콜비의 발언은 한반도에서도 미국의 실존적 이익이 ‘중국 견제’이지 ‘한국 방어’가 아님을 가리킨다.
중국 공포증에 빠진 트럼프 행정부의 소극적 개입 노선은 대만을 상대로 한 중국의 오판을 야기할 수 있고 북한도 부화뇌동할 수 있다.
이는 트럼프 시대가 대한민국에 던지는 최악의 지정학 시나리오다.
이재철 글로벌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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