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 놀게 해야 대박난다”…‘연매출 10억弗’ 신약 쏟아내는 연구소 가봤더니

세계3대硏 바이츠만, 무제한 자율연구
“모방연구선 세상 바꿀 아이디어 안나와”
연매출 10억弗 블록버스터 신약 7개 탄생
단기성과에 매달리는 한국 R&D와 대조

◆ 바이오 패권경쟁 / 기초과학 강국 성공비결 ◆
세계 3대 기초과학 연구소인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에서 생명과학 분야 연구진들이 신약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바이츠만연구소]

세계 3대 기초과학연구소인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와이즈만연구소) 레호보트 캠퍼스. 텔아비브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이곳에 들어서자 등굣길에 나서는 초등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연구소 소속 지젤 마이몬 씨는 “연구진이 연구개발(R&D)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거주 공간과 초·중교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모든 생활을 캠퍼스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바이츠만연구소는 연간 70여 건의 특허를 내는데 이 중 25%가 기술이전 사업으로 연결된다.

특히 바이오산업의 위상이 남다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곳의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블록버스터 신약(연 매출 10억달러 이상 의약품)만 7개다.

이들 신약의 연 매출 규모는 236억달러(약 34조원)로 지난해 한국 의약품 수출액(96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바이츠만연구소가 신약의 산실이 된 비결은 ‘무제한적인 연구 자율성’이다.

모데르하이 셰베스 바이츠만연구소 석좌교수는 “연구소에서 조교수로 임용되면 7~8년간은 평가를 받지 않고 연구의 완전한 자유를 보장받는데 이때 평생 몰두할 과제를 탐색한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정량 지표로 과학자를 평가하지 않고 폭넓은 재량권을 인정한다.


이처럼 연구소 측이 연구자들의 성과를 압박하지 않고 풀어두는 이유는 창의적 발상과 도전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통상 제약업계의 신약 개발 실패율은 90%. 실낱같은 성공 관문을 통과해야 대박 신약을 기대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임상역학자는 “신약 후보물질은 대부분 다 나왔다”며 “이제 새 물질을 찾기보다는 나온 물질들을 조합해 신약을 찾는 창의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이오 전문가들은 한국이 부족한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열악한 재정 지원 속에서 매년 기초과학 교수 평가에 나서는 등 단기 성과에 급급하고 있다.

기초과학 창의성이 부실한 데다 주요 기업 R&D 투자에서도 선진국과의 격차가 크다.


매일경제 비전코리아 프로젝트팀이 주요국 바이오 기업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 ‘톱10’ 기업의 R&D 투자액은 9억달러로 미국(1029억달러)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유럽(684억달러)이나 일본(171억달러)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바이오가 신성장산업으로 부각되면서 기술 선점 경쟁이 불붙은 가운데 한국이 대대적인 투자 지원에 나서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일경제는 글로벌 컨설팅사인 PwC·스트래티지앤드(Strategy&)와 함께 오는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35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에서 K바이오 필승 전략을 발표한다.

K바이오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레호보트(이스라엘) = 김희수 기자 / 서울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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