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술력 세계 최고수준...‘이 업계’에서도 한류 바람 거세다는데

토마스 투네 안데르센 로이드선급 회장 인터뷰
해양분야 탈탄소 압박 커져
韓조선, 친환경에너지 시급

매일경제와 만난 토마스 투네 안데르센 로이드선급 회장이 올해 조선·해운시장을 전망하고 있다.

MBN 배병민 기자

유럽연합(EU)이 올해부터 선박의 탄소배출량에 대한 벌금제를 시행한다.

2030년까지 배출량 50%를 줄이고 2050년까지 넷제로에 도달하겠다는 게 장기적인 목표다.


글로벌 선박 안전 기준을 관장하는 토마스 투네 안데르센 로이드선급 회장은 한국 조선사들에 친환경에너지로의 빠른 설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친환경 전환에 따라 선원 부족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를 맞아 조선업 호황을 기대하고 있는 한국 조선사들이 긴장해야 할 대목이다.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한 안데르센 회장은 “해양 분야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2050년까지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라면서 “이 작업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며 이제 막 경쟁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로이드선급은 최근 선박의 탈탄소화와 인공지능(AI) 및 디지털화에 집중하고 있다.

안데르센 회장은 탈탄소화에 대해 “이것은 기술뿐만 아니라 사람, 상업, 경제 등 복합적인 문제”라며 “대체에너지로 꼽히는 수소, 암모니아, 메탄올은 특수한 지식과 안전 대책이 필요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활한 연료 전환을 위해서는 국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고, 아직 대체에너지에 대한 표준화된 벙커링(보관)시스템 인프라스트럭처도 부족하다는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는 조선사의 시급성 대처를 요구했다.

EU가 지난해부터 탄소배출량 거래제를 시행했고, 올해부터는 EU 연안 선박에 대해 배출량 초과 시 벌금부과제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선주사는 기존 선박에 에너지 전환 개조를 해야 하고, 조선사는 이에 맞는 개조 역량을 비롯해 신규 선박을 무탄소배출 선박으로 만드는 역량을 갖춰야 하는 셈이다.


그는 특히 “새로운 연료를 사용할 수 있게 자산(선박) 개조, 선박 설계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 이라며 “구체적으로 선박의 로터, 공기윤활시스템 등 배출감소기술(EST)을 설치해 효율적인 항해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안데르센 회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선박 건조국으로, 최고의 조선소와 기술을 겸비하고 있다”며 “해운 업계에서 한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선·해운사의 인력 부족은 넘어야 할 산이다.

그는 “2026년까지 9만명의 선원이 필요하고 부족 현상이 예상된다”며 “탈탄소 문제를 위한 선원 교육이 필요한 직원이 2030년에는 45만명, 2035년에는 8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박의 원자력 에너지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소형 원자로를 얘기하고 있다”면서도 “해군에서 핵에너지를 사용하지만 상업용 선박에서 실용적으로 쓸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라고 답했다.


자율주행차 못지않게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자율주행 선박 기술 규정 도입은 연기된 상태다.

안데르센 회장은 “국제해사기구(IMO)가 2026년 선박자율운항 규정 도입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12월 기술·제도 불확실성에 따라 도입 시점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다만 로이드선급은 문제 해결을 위해 고객 요구와 공학적 관점에서 방법론에 대한 논문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로이드선급은 자율운항 관련 보증과 규제 마련을 위해 한국, 영국, 일본, 싱가포르 등 이해관계자들과 협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해양 분야의 AI 도입 지원 의사도 피력했다.

안데르센 회장은 “AI 첨단 모니터링 기술로 해양 작업의 안정성·가용성·신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전통적인 검사를 줄이는 동시에 고장 등 부수적 피해를 줄 일 수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선박 운항 시뮬레이션의 디지털 트윈 기술, 예측 유지보수, 컴퓨터 비전, 자율검사로봇이 선박의 제작과 운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데르센 회장은 “로이드선급과 NYK라인, MTI의 공동연구에서 데이터 기반 유지보수 기술이 선박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강화해 수백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사례도 있었다”며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는 기술을 활용해 항구 대기 시간을 20% 단축시키기도 했다”고 전했다.


로이드선급 측은 이 같은 기술의 표준화에 도전하고 있으며 AI 기술 전문 앨런튜링연구소, 요크대와 협업해 AI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한편 안데르센 회장은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해운시장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물류 대란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시점에 관세장벽이 생기면서 전 세계 물류 흐름이 크게 바뀔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제조 상품, 원자재, 석유, 가스, 곡물 등 전 세계 화물의 80%가 선박을 통해 운반된다”며 “아직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은 공급망에 더해, 전쟁 여파로 많은 선박이 수에즈운하가 아닌 아프리카를 우회하는 등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데르센 회장은 다만 “해운산업은 매우 유동적이고 적응하는 데도 익숙하다”며 “새로운 비용과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빠르게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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