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는 주식과 비트코인 등 대체투자자산 대신 안전자산인 정기예금과 적금 등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트럼프 시대가 도래하며 금과 달러,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가격이 지나치게 큰 폭으로 움직이면서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수익률은 낮아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은행 정기예금과 적금 등에 일부 돈을 묻어두는 것으로 해석된다.
2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2월 1일부터 27일까지 정기예금 잔액은 직전월 말 대비 15조4000억원 넘게 불어났다.
금리 인하 시기에 통상 투자자들은 은행의 정기예금과 적금 상품을 선호하지 않는다.
다른 투자자산에 비해 수익률이 저조해서다.
그럼에도 이번 국면에서만큼은 '안전자산'인 이들 상품에 유독 돈이 몰렸는데, 이는 불안한 투자환경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가격이 폭등하며 지난 1월 10만달러도 돌파했던 비트코인은 한 달여 만에 8만달러도 위협받고 있다.
금값 역시 연초(1월 2일) 트로이온스당 2669달러였던 것이 2월 24일에는 2963.2달러로 11.0% 올랐지만, 이후 급락을 거듭해 28일 2848.5달러까지 내려가면서 연초 대비 상승률이 6.7%로 조정됐다.
이 같은 큰 폭의 상승과 하락은 투자자들에겐 불안 요인이 됐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정기예금과 적금에 돈을 일부 분산해 넣어두게 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 잔액은 2월 들어 널뛰기를 하며 이 같은 불안심리를 그대로 보여줬다.
수신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잠잠했던 가계대출은 2월 들어 다시 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월 들어 27일까지 2조6194억원이 늘어나 736조2772억원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5대 은행 외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까지 합치면 2월 한 달 동안 가계대출이 5조원 가까이 늘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낮아지고 있고,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 다시 가계대출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다.
이에 정부는 오는 5일 부동산시장 점검회의를 여는 한편, 금융당국도 다주택자의 신규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조치를 검토 중이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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