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내놓은 고성능 AI 모델 '딥시크 R1'의 충격파에 엔비디아를 비롯한 AI·반도체 기업 주가가 휘청였다.

'수천억 원을 투입해야지만 고성능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AI·반도체 업계 믿음을 송두리째 흔들었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에도 엔비디아 주가는 전일 대비 4.10% 급락했다.

엔비디아는 딥시크발 충격이 가해진 지난 27일 16.97% 폭락한 이후 급등락을 반복했다.

24일 대비 주가는 13.27% 내렸다.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이 주목받으면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대중국 수출에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인 점 역시 악재로 작용했다.


딥시크발 충격은 엔비디아뿐만이 아니었다.

주문형 반도체(ASIC)를 공급하는 브로드컴과 마벨 테크놀로지는 같은 기간 각각 15.67%, 13.89% 내렸고, 오픈AI·소프트뱅크와 합작사인 '스타게이트' 설립을 추진하는 오라클은 11.75% 하락했다.

AI 산업으로 부상한 전력기기·인프라스트럭처 업종 역시 타격을 받았다.


설 연휴를 마치고 31일 개장하는 한국 증시도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 오면서 낙수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이번 딥시크 여파로 투자 심리가 악화할 수 있다.

HBM 5세대인 HBM3E를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해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는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가치사슬에 포함된 한미반도체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LS에코에너지, 대한전선 등 국내 전력 인프라·전선 업계도 사정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주가가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딥시크가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가속기인 'H800'을 활용해 개발 비용을 557만달러(약 80억원)까지 낮췄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저비용 첨단 AI 개발 성공에 따라 엔비디아 성장폭이 둔화되고 결국 HBM 시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딥시크가 사용한 H800과 같은 저사양 칩에는 이전 세대 HBM이 탑재된다.

이 때문에 이 부문에서 주된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딥시크발 효과가 중장기적으로는 고성능컴퓨터(HPC)용 반도체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딥시크는 R1을 오픈소스로 전 세계에 제공한다고 밝혔는데, 엔비디아 RTX 3090 칩이 있으면 일반 컴퓨터에서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정유정 기자 / 이상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