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시장 최대변수는 정국불안·금리 … 전셋값은 상승 불가피"


설 연휴는 한 해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가르는 분수령이다.

이른바 '밥상머리 민심'이 움직이며 시장의 방향성이 결정되고, 연휴 이후엔 본격적인 매수·투자 활동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변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게 얽혀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인터뷰한 부동산 전문가 10인은 투자자가 눈여겨봐야 할 다양한 변수를 제시했다.

복잡한 정치상황 변화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대출규제, 경기변동, 환율 등이 꼽혔다.

특히 다수의 전문가가 올해 부동산 시장 향방을 결정할 최대 변수로 기준금리를 꼽았다.


이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와 폭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기준금리 전망에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속도도 기존 예상보다 더뎌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지난 16일 설을 앞두고 열린 한은의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는 동결됐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선 상태"라며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면 한은이 단독으로 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금리가 낮아지면 높은 수익을 원하는 시중의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며 "설 연휴 이후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리와 함께 국내 정치 상황의 변동도 시장의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특히 현재의 탄핵 정국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부동산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진보 성향 정권이 들어선다면 주택정책의 무게추는 '공공성 강화'로 옮겨갈 전망이다.

'기본주택' 개념이 도입되면서 저렴한 가격에 장기 거주가 가능한 주택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청약가점이 높은 청년층과 무주택 신혼부부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현 정부의 시장 친화적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 도심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수도권에 신규 택지 공급이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재건축특례법 시행으로 용적률 300%까지 허용되는 역세권 정비사업이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탄핵 심판이 지연되면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길어지면서 부동산 정책이 후순위로 밀리고, 시장의 관망세가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조기 대선 관련 정치 일정이 어떻게 세팅되느냐에 따라 시장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며 "결과만큼이나 결과가 나오는 시점도 올해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 변수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트럼프 당선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경제 펀더멘털이 악화하면 부동산 시장도 침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원화 가치가 낮아지면 국내 자본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며 "이는 부동산에 유입될 수 있는 자금도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거래량 지표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거래량이 줄면 가격도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며 "현재는 거래가 거의 없어 급매물이 나오는 상황이므로, 단지별 거래량을 면밀히 살피며 매수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전문가들은 여러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고 원장은 "현재 시세보다 5~10% 저렴한 급매물이 나올 것이므로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정비사업 호재가 있는 지역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 겸임교수는 "사업 속도가 빠른 재건축 단지 투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노량진 뉴타운이나 신길동 등 관심에서 멀어진 재개발 지역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했다.

양 수석도 "목동, 여의도는 물론 1기 신도시의 재건축 단지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추천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중위 가격대 아파트에 주목했다.

그는 "향후 상급지와 갭 메우기가 예상되는 중위 가격대 아파트, 예컨대 성동구나 마포구의 9억~12억원 사이 구축 매물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수석위원은 "가성비가 좋으면서도 가심비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매물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