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집회’ 한창인 한남동 상권 르포
편의점·저가 커피 ‘뜻밖의 특수’
“평상시 매출대비 2~3배 늘어”
예약제 고급식당은 매출 ‘반토막’
온라인서도 ‘집회 소음’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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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가 되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집회 참여자들이 하나 둘 씩 몰려들었다. [변덕호 기자] |
“방문객은 1000명이 넘죠. 매출도 거의 3배 정도 뛰었고요.” (한강진역 인근 편의점 점주 50대 박모씨)
“매출은 말도 마세요. 하루 예약 중 벌써 절반이 취소됐습니다.
” (순천향대 부속 서울병원 인근 음식점 30대 사장 이모씨)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이어지면서 떠들썩해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 참여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대통령 관저 인근 편의점, 저가형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이 때아닌 특수를 맞은 분위기다.
반대로 예약제로 운영되는 고급 식당들은 시위대 소음으로 발길이 뚝 끊기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7일 오전 9시 한강진역 2번 출구. 평일 오전인 만큼 시위 참여자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른 아침 이곳을 방문한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 몇몇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윤 대통령을 지켜라”라고 외쳤다.
일부 유튜버들은 오전부터 시위 현장에 머물며 상황을 중계하기도 했다.
경찰 인력은 곳곳에 미리 배치된 상태였다.
이날 오후 2시 탄핵반대 시위와 3시 탄핵촉구 시위가 예고된 터라 사전 대응에 나선 것이다.
오후가 되자 시위 참여자들이 삼삼오오 현장에 모였다.
이날 ‘대통령 수호 집회’에 참여하는 ‘신자유연대’와 ‘대통령 즉각 체포 촉구 집회’에 참석하는 ‘촛불행동’의 신고된 참가자 수는 각각 3만5000명, 1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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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대통령 탄핵 찬반 시위 참여자들이 몰려들었다. [변덕호 기자] |
조용했던 동네가 점점 시끌벅적해지자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특히 시위 참여자들이 자주 찾는 편의점과 저가 커피 매장들은 손님 맞을 준비에 벌써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대통령 관저 길 건너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점주 박모씨는 재고 정리로 분주했다.
박씨와 함께 직원 2명이 추가로 투입돼 물량을 채워 넣고 있었다.
그는 “시위 때 매출은 평상시의 3배 이상”이라며 “방문객도 매출 증가폭에 비례하는데, 하루 평균 1000명은 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출이 늘어난 만큼 발주량과 노동력 투입량도 훨씬 많아졌다”며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인근 편의점의 상황은 비슷했다.
나인원한남 근처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60대 정모씨 역시 남편과 함께 물건 정리에 여념이 없었다.
조금씩 밀려드는 손님 때문에 기자와 인터뷰 중에도 계산하기에 바빴다.
정씨는 “금, 토, 일 이럴 때는 방문객·매출 모두 2배 이상”이라며 “시위가 없을 땐 정말 조용한 동네인데 최근에 너무 시끄러워졌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시대 흐름이라고 생각하며 참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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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방문한 탄핵 집회 현장 인근 한남오거리. [변덕호 기자] |
저가 커피 매장들도 바쁘긴 매한가지였다.
한남오거리 인근에서 저가 커피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 유모씨는 “어제부터 시위가 사그라지면서 손님이 전보단 줄긴 했는데 그래도 평상시보단 많은 편”이라며 “시위자분들이 내려가시면서 커피 한 잔씩 사 가기도 하고 시위 현장에서 배달 주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
경찰 손님도 많다”고 말했다.
반대로 예약 위주의 고급 식당들은 시위로 인한 피해가 막심한 상태다.
집회 소음으로 예약 취소가 늘면서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순천향대 부속 서울병원 인근에서 양식당을 운영하는 30대 사장 이모씨는 “매장 건너편까지 시위대가 온 적이 있다.
손님들이 매장 앞까지 와도 소음이 심해 발걸음을 돌린다”고 밝혔다.
그는 “하루 예약 12건 중 6건이 당일 취소되기도 했다.
매출 절반이 날아간 것”이라며 “적법한 시위를 억지로 막을 수는 없지만 자영업자들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 역시 “원래 1~2월은 요식업 비수기라 매출이 크지 않은데 그마저도 시위 때문에 더 악화한 상황”이라며 “시위 소음이 장난 아니다.
당일 노쇼도 너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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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 음식점 사장이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에 참석한 이들을 맹비난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다. 오른쪽은 해당 가게 카카오맵 리뷰. [사진 = 인스타그램·카카오맵 캡처] |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집회 소음으로 하소연하는 업주들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사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진짜 시위하는 XXX들 다 총으로 쏴 죽이고 싶다”는 글을 게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밤낮 할 것 없이 너무 시끄러워서 정신병에 걸릴 것 같다”며 “광장 같은 데 가서 할 것이지 좌우할 것 없이 왜 한남동에 와서 XX들이야”라는 욕설 섞인 글을 남겼다.
논란이 확산하자 그는 자신의 계정을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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