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주축인 제조업 및 수출이 내년 초 국제 통상과 국내 정치 파고 속에 적지 않은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22일)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과 주요 경제단체·협회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한국무역협회는 각각 내년 전체 및 내년 초 수출·산업 관련 전망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같은 날 발표된 세 보고서의 한국 경제·수출에 대한 진단과 전망은 기대보다는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산업연구원은 이날 국내 주요 업종별 전문가 1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 지수(PSI) 조사 결과 내년 1월 제조업 업황 현황 PSI가 75로 12월 전망치(96)보다 21포인트(p) 급락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2022년 11월(70)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전문가들은 당장 내년 1월부터 제조업 경기가 크게 위축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황의 내년 1월 PSI 전망치는 12월 전망치(124)보다 무려 59p 떨어진 65로 나타나 산업 주춧돌인 반도체 업황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도 이날 '2025년 1분기 수출산업 경기 전망지수(EBSI)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1분기(1∼3월) EBSI는 96.1로, 4분기 만에 기준선인 10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EBSI는 작년 4분기 97.2에서 올해 1분기 116.0으로 급등하며 기준선(100) 위로 치고 올라온 뒤 2분기 108.4, 3분기 103.4를 유지했는데, 내년 1분기 전망치는 기준선 밑으로 내려간 겁니다.
15대 수출 품목 가운데 반도체를 비롯한 10개 품목이 기준선을 밑돌아 내년 1분기 수출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특히 반도체 EBSI는 올해 1∼4분기 103.4, 148.2, 125.2, 135.2 등으로 기준선을 크게 웃돌았으나 내년 1분기 전망치는 64.4로 주저앉았습니다.
철강·비철금속 제품(64.1), 의료·정밀·광학기기(74.8), 농수산물(77.7), 전기·전자제품(85.3), 섬유·의복 제품(87.9), 기계류(91.9), 무선통신기기·부품(94.0), 석유제품(98.9) 등 산업도 내년 1분기 수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한경협 역시 이날 매출액 1천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 업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년 수출 전망 조사'에서 한국의 내년도 전체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1.4%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는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내년도 수출 증가율 전망치 2.2%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내년 수출·제조업 부진이 예상되는 것은 글로벌 무역환경 변화에 따른 도전이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한경연 조사에서 수출 감소를 전망한 기업들은 수출 부진 이유로 '주요 수출대상국 경기 부진'(39.7%), '관세 부담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30.2%), '원자재·유가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11.1%) 등을 꼽았습니다.
특히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관세 부과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수출 주력인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려도 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내년 1분기 반도체 수출 둔화를 우려한 무역협회는 중국의 범용 D램 수출 증가로 경쟁이 심화하고 전방 산업 재고 증가 등 여파로 국내 반도체 기업의 수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 길금희 기자 / golde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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