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한 달 앞두고 정부가 대미(對美) 수입을 확대할 만한 품목을 검토하고 나섰다.
대미 흑자가 급증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관세 폭탄을 예고한 트럼프 행정부의 타깃이 되지 않기 위해 수출을 줄이는 것보다는 수입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정부는 미국의 보편관세에 대비해 글로벌 20여 개국과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한 상태다.
최근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매일경제 이코노미스트클럽에서 "수출을 줄일 수는 없다"며 "기존 수입 품목 중에서 미국산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발굴해 가야 하고, 정부는 여러 가지 패키지를 짜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대표적인 대미 수입 확대 품목으로 꼽는다.
지난해 수입된 가스 11.6%는 미국산인데, 전문가들은 이 비중을 20%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한국가스공사도 이달 들어 다수의 미국 업체를 LNG 도입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수입 확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정 본부장은 "미국 상무부 장관과 무역대표부(USTR) 대표 내정자는 관세 정책을 널리 써야 한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던 인물들"이라며 "미국 상하원을 공화당이 모두 장악했고, 연방 대법원까지도 트럼프 행정부에 유리한 쪽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발표된 정책의 상당 부분은 그대로 집행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20여 개국과 함께 미국의 보편관세 시행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기계와 중간재 등에 대한 보편관세 예외 인정도 미국 측에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정 본부장은 한국 반도체, 배터리 기업들이 우려하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정책이 폐지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생산 관련 보조금이 없어지면 중국산 원자재와 중간재를 사용할 유인이 훨씬 더 커지게 되고, 이는 미국 정부도 바라지 않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미국의 신정부 출범에 따른 지나친 우려에 대해 경계감을 나타냈다.
8년 전 트럼프 행정부 1기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트럼프 1기 출범 당시 한국은 중국과 더불어 미국이 손봐야 할 국가 '원투'였다"며 "현재 한국은 미국의 첨단산업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협력 파트너이지, 과거같이 응징해야 할 국가는 분명히 아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대표적으로 조선업을 꼽았다.
그는 "지난 3월 미 USTR 대표와 통상장관 회담 때 미국에서 자료를 건네주면서 내용을 검토해달라는 부탁이 왔다"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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