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측이 아워홈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아워홈 경영권을 놓고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한화 측은 김승연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전면에 나서며 이번 인수 건을 진행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이다.


우선 이번 매각에 반대할 것으로 보이는 고(故) 구자학 아워홈 창업회장의 차녀 구명진 씨와 삼녀 구지은 전 부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4남매는 일부 형제가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려고 시도할 경우 그 지분을 남은 형제자매가 같은 조건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즉 구명진 씨와 구지은 전 부회장은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 지분을 한화 측이 인수하는 것과 같은 조건으로 사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이들이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반격 카드'다.


자금 문제는 한화 측도 마찬가지다.

한화 측이 아워홈을 인수하려면 인수금융을 끌어오더라도 500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 매각이 거론되던 때보다 가격이 높아졌다"며 "최근 아워홈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한화 측 인수 의지가 크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선 부사장

김동선 부사장은 새 먹거리로 '푸드테크'를 낙점하고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자회사인 한화푸드테크가 급식사업본부를 신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단체급식 사업에 재진출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앞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2019년 호텔·리조트 사업과 시너지가 큰 외식 브랜드 사업을 제외하고 위탁급식(푸디스트)·식자재 유통(소후레쉬) 사업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VIG파트너스에 매각했던 바 있다.


단체급식·식자재 유통 사업은 업사이드가 크지는 않지만 현금 창출력이 꾸준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워홈은 지난해 매출(연결 기준)이 전년 대비 약 8% 늘어난 1조9834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6% 증가한 942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한화그룹 단체급식 수주에 용이하다는 점에서 사업적 시너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계열사는 추가적으로 관련 사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릴 기술적 역량도 확보하고 있다.

로봇 사업을 영위하는 한화로보틱스는 지난 3월 단체급식 업체인 CJ프레시웨이와 푸드서비스 산업에 로봇·자동화 솔루션을 적용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화 측은 구명진 씨와 구지은 전 부회장이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의 지분 매각에 반대하더라도 지분 매수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의 지분이 57.84%에 이르기 때문에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지분 인수 후에도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하다.

한화 측이 경영권은 가지고 있지만 구명진 씨와 구지은 전 부회장 측 인사를 대표하는 사내이사들과 갈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딜의 성사 여부는 구지은 전 부회장에게 달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부친의 유훈을 계승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는 2년 전 별세한 구자학 창업회장의 회고록('최초는 두렵지 않다')을 발간하기도 했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회고록 서문을 통해 "이제야 비로소 아버지의 길을 따라 걷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아워홈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지수(智水) 구자학 회장이 창업한 회사다.

구자학 전 회장은 2000년 LG유통(현 GS리테일)에서 분리 독립해 아워홈을 설립했다.

그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사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아워홈은 삼성과 LG 가문이 혈연으로 맺어져 있는 유일한 가문이다.

구자학 전 회장은 삼성과 LG에서 30년간 최고경영자(CEO)로서 기업을 이끌었으며, 70세에 아워홈을 설립해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워냈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이런 유지를 꼭 계승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지분 매각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에 비해 지분 매각에 나선 구본성 전 부회장은 2017년 7월부터 2021년께까지 임원들에게 지급한다는 명목으로 상품권 수억 원어치를 구입해 임의로 현금화한 뒤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 9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우수민 기자 / 강두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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