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조기에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이후 또다시 트럼프 당선인과 친밀한 관계를 이뤄낼지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전인 내년 1월 중순에 이시바 총리와 첫 회담에 응할 수 있다는 의향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고 19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의 의사에 맞춰 이시바 총리가 내년 1월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이시바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과 조기 회동을 희망해왔다.

아베 전 총리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에 그를 미국에서 만난 것을 계기로 쌓은 개인적 친분이 밀월 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브라질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미국에 들러 트럼프 당선인과 회담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미국 시민이 허가 없이 외국 정부와 협상하는 것을 금지한 '로건법'을 이유로 들며 취임 전에 이시바 총리와 회동하는 게 어렵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정상 외교 기류가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취임 전 이시바 총리와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그들(일본)이 원한다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친밀감도 드러냈다.

자신의 대통령 취임식에 시 주석을 초청한 트럼프 당선인은 시 주석의 취임식 참석 여부는 알지 못한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좋은 관계였고, 코로나19는 그 관계를 끝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트럼프 당선인 부부가 아베 전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와 만찬을 함께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아키에 여사와 손 회장을 연이어 만난 뒤 일본과 외교 협력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과 아키에 여사의 회동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이시바 총리와의 회담을 조율하는 데 물꼬를 튼 계기가 됐다.

일본 내부에서는 신중론도 일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 내에서는 트럼프가 취임한 뒤 차분히 논의해 내년 2월 방미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면서도 "트럼프 당선인의 제안을 미·일 관계를 중시하는 표시로 환영해 일정 조율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30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만찬을 가졌다.

지난 7일에는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 참석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을 만나면서 로건법을 엄격히 지키지 않았다.

대선 이후 가장 먼저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구체적인 정책 도움을 기대하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아르헨티나와 국제통화기금(IMF) 간 협상을 돕고, 미국·아르헨티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아르헨티나가 자유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개혁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같은 날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조했다.

영국 총리실 성명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동맹국들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가 가능한 가장 강한 위치를 확보하도록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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