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로 2조원대 회사채를 즉각 갚아야 할 위기에 처했던
롯데케미칼이 유동성 우려를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롯데케미칼은 회사채 발행 당시 채권자들과 맺었던 재무특약 조건 가운데 일부를 위반해 채권을 상환해야 하는 기한이익상실(EOD) 위기에 처했었다.
그러나 채권자들이 해당 조건을 삭제하는 데 전격 합의해 상환 위기를 넘긴 것이다.
19일 롯데그룹은 서울 송파 롯데월드타워에서 사채권자 집회를 열었다.
그룹 관계자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총 14개 공모 회사채의 실적 관련 재무특약을 삭제하는 조정안을 가결했다"면서 "이후 법원 인가를 거쳐 해당 특약은 삭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차감 전 이익,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를 이자비용으로 나눴을 때 5배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런데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영업손실이 발생하자 이 수치가 지난 9월 기준 4.3배를 기록했다.
특히
롯데케미칼 회사채는 교차 부도 조항이 있어 한 회사채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할 경우 나머지 회사채까지 연쇄적으로 EOD 상태가 돼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뿐 아니라 롯데그룹 전체로 유동성 위기가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회사채 EOD를 초래한 재무특약을 조정하기 위해 그룹의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하는 '초강수'를 뒀다.
국내 4대 은행은 시가 6조원 규모의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잡고 2조5000억원 규모의
롯데케미칼 회사채 신용보강 계약을 맺었다.
롯데케미칼이 회사채 재무특약 조건 조정에 성공하면서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은 한풀 꺾일 전망이다.
앞서 롯데 측은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지난 10월 평가 기준 56조원, 가용예금도 15조4000억원을 보유하는 등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은 이번 일을 계기로 안정적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재무구조 개선과 수익성 강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각오다.
위기에 강한 체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부문별로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낸다.
먼저
롯데케미칼은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자산 효율화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 청산을 결정했으며, 해외 자회사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약 1조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 중이다.
유통사업군은
롯데쇼핑 자산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5년 만에 자산 재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재평가 대상은 7조6000억원 규모 토지자산이다.
지난 15년간 부동산 가격 상승을 고려했을 때 상당한 재무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자산 재평가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해외 사업, 리테일 테크 등 미래 신사업에 대한 효율적 투자비용 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롯데백화점은 실적이 부진한 매장의 효율화도 검토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리츠와의 협업 등 국내 4성급 호텔의 위탁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면세사업은 국내외 점포 효율성 검토에 나선다.
롯데면세점은 비용 효율화를 위해 올해 월드타워점 매장 면적을 축소했다.
바이오사업의 경우 롯데헬스케어 청산 방침이 확정됐고, 롯데헬스케어가 보유한 테라젠헬스 지분 51%도 매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