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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재계 총수들과 함께 떡볶이 튀김 빈대떡을 맛보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
“‘떡볶이 먹방’처럼 이번엔 국회에 불려다니는 건가요…”
최근 익명을 요구한 기업인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부산 깡통시장에서 기업 총수들이 대열해 떡볶이를 먹던 기억이 선명하다”며 “대통령 옆에 병풍처럼 기업인들이 서 있던 건데, 이번엔 또 국회냐”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기업인이 우려하는 것은 다름 아닌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국회증언법) 개정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해 지난달 28일 해당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재계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정치권 및 재계에 따르면 국회증언법 개정안은 국회가 서류 제출이나 증인, 참고인 출석을 누구에게라도 요구를 하면 개인정보 보호 또는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도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회를 통해 기업 비밀이 경쟁국 등으로 새어나갈 수 있는 우려가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또 지금과 달리 국회가 국정감사·국정조사를 하는 경우에 한해 증인을 부를 수 있는 게 아니라 안건 심사와 청문회 등에도 증인·참고인을 소환하는 것 역시 걱정거리다.
특히 해외 출장과 질병 시에도 화상 연결 등을 통해 국회에 원격 출석해야 한다는 내용이 국회증언법 개정안에는 담겨 재계에서 반발이 거세다.
기업 관계자들이 수시로 국회에 불려나가 업무에 지장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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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6일 국회에서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
재계에서는 앞다퉈 국회증언법 시행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7일 대한상의를 포함해 한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경제 6단체는 “국회증언법은 기업의 경영활동과 국가 경쟁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국회 요구 자료 의무 제출’에 대해 “기업의 기밀 및 중요 핵심기술이 유출될 위험이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핵심 경쟁력이 약화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앞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도 지난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국회증언법 개정안에 강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와 제임스 김 회장 등 암창 관계자들은 국회에서 약 50분간 비공개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암참은 “국내에 투자한 외국기업들 입장에서 한국 국회를 통해 기업의 극비 정보가 새 나가게 돼 전 세계에 정보가 퍼질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외국 기업들 사이 한국에서의 사업 지속 여부를 고민할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경제 6단체는 기업인 소환과 출석 의무화에 대해 “경영진이 본업에 집중하지 못해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며 “특히 해외 출장 중인 기업인에게도 화상 출석을 강제하는 것은 촌각을 다투는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헌법이 규정한 ‘과잉금지 원칙’과 ‘사생활 침해 금지 원칙’ 그리고 개인정보보호법이 정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국회증언법은 크다는 게 경제 6단체 입장이다.
탄핵 정국 속 현재 한덕수 권한대행은 국회증언법 개정안 등에 대한 국무회의 상정을 보류한 채 거부권 행사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기한은 오는 21일까지다.
이와 관련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덕수 권한대행이 거부권 행사를 하면 탄핵하겠다고 겁박하는데 경제 죽이기 법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면 그게 오히려 직무유기”라며 한 권한대행을 향해 “정치적 협박에 굴복하지 말고 거부권을 당당하게 행사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지사도 이날 한 권한대행을 향해 “대한민국 정부는 민주당의 전리품도 아니고, 꼭두각시는 더더욱 아니다”라며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탄핵을 무기로 대통령 권한대행마저 겁박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고 여야 합의로 법안을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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