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없으면 공장문 닫아야”…울며 겨자 먹기로 채용하는 사장님들

[사진 = 연합뉴스]
지방 중소기업 생산 현장을 중심으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가 판치고 있다.

적발 시 고용주가 처벌을 각오해야 하지만, 당장 일손이 부족해 웃돈을 주고서라도 불법체류자를 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17일 매일경제가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고용 한도가 완화됐지만,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는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전북에 위치한 기계 부품 중소기업 A사는 전체 근로자 22명 중 16명이 필리핀, 태국 등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다.

그런데 이들 중 10명이 불법체류자 신분이다.

A사 관계자는 “완전 시골에 있는 영세한 업체라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불법체류자라도 고용하지 않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경남의 한 농업 기업 B사는 고된 업무 탓에 외국인마저 기피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결국 인력사무소를 통해 ‘단기 알바’ 형식으로 불법체류자를 고용했다.

B사 대표는 “합법적인 외국인 근로자는 일당이 10만원이면 되지만, 불법체류자는 위험수당이 붙어 15만원은 줘야 하고 최성수기에는 20만원까지 치솟는다”며 “불법인 줄 알지만 회사 운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털어놓았다.


법무부의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 적발 건수는 2020년 1만4163건에서 지난해 3만9038건, 올해는 지난 9월까지 3만5180건으로 급증했다.


업종별로 보면 작년 기준 제조업이 903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음식숙박업이 3664건, 마사지업이 2148건 순이었다.

농림축산업에서 1420건, 건설업에서도 821건의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가 적발됐다.


2022년 개편된 고용허가제에 따라 한국어 능력이 우수하고 동일 사업장에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외국인 근로자는 최대 10년간 국내 체류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 기한을 넘기고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적지 않다.


한 외국인 인력관리 업체 관계자는 “한국에서 일하면 본국에서는 벌 수 없는 큰돈을 벌 수 있다 보니 10년 기한을 채워도 돌아가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다”며 “일선 산업 현장에서는 불법체류자 채용이 일상화돼 있고, 중소기업도 정부의 단속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특히 지방 소재 중소기업, 그리고 근로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완화만으로 만성적인 인력난을 해소할 수 없어 고육지책으로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다.

현행법상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다 적발되면 고용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당장 공장을 돌리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불법체류자를 쓰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생산 현장에서는 고용 한도를 아예 없애거나 장기 근속자의 경우 불법체류자 신분을 정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만성적인 인력난 탓에 불법체류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진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며 “불법체류자에게 자진 신고를 받아 불법성 정도에 따라 분류한 뒤 불법성이 낮고 전문 기술이 있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정식 체류 신분을 부여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