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에선 약물 없인 못 버텨”...살인적 경쟁에 ADHD 치료제까지 손대는 월가 사람들

장시간·고강도 근무 버티려
휴식 대신 ADHD 치료제 의존
빈맥·성격 변화 등 부작용에도
치료체 처방 사례는 급증세

미국 금융중심지 월스트리트 [AP = 연합뉴스]
장시간 고강도 근로에 시달리는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이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각성제의 일종이자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에더럴과 바이밴스를 공공연히 남용하고 있다.

충분한 휴식 없이도 집중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알려진 약의 효능이 충분히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스트리트의 종사자들은 에더럴과 바이밴스를 고압적인 경쟁 속에서 장시간 이루어지는 지루한 업무를 해낼 수 있는 도구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치열한 경쟁에 노출된 월스트리트 투자은행가들은 동료나 타사 경쟁자들을 앞서기 위해 장시간 근로로 성과를 내려 한다.

특히 연차가 낮은 은행가들은 성과나 열의를 입증해 더 높은 보수를 보장받으려 밤샘 근무를 마다하지 않는다.

긴 시간 일하면 집중력이 낮아지기 마련이지만 이들은 휴식 대신 약물로 돌파구를 찾는다.

ADHD 치료제인 애더럴과 바이밴스를 처방받는 월가 직원들의 모습이 일상화된 배경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웰스파고에서 의료 분야 투자 은행가로 일했던 조나 프레이는 WSJ에 “한 동료는 일하는 책상에서 종종 애더럴 알약을 으깨 코로 흡입했다”며 “아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애더럴을 장기 복용해온 이들 중 약의 효능이 업무 효율을 상승시켰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적잖다.

7년간 애더럴을 복용한 어센드 캐피탈의 인수합병(M&A) 은행가인 트레버 런스포드는 “애더럴은 제 삶의 매우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도구”라며 “애더럴을 복용할 수 없었다면, 집중하지 못하고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장복시 나타나는 애더럴의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데다 심실 빈맥, 성격 변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내원하는 환자의 50%가 월스트리트 종사자인 뉴욕 트라펙타 헬스 클리닉의 에드워드 푸루트먼 원장은 “약물의 장기적 효과는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으며, 종종 더 위험한 약으로 가는 관문이 될 수 있다”며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의 전직 웰스파고 소속 은행가는 WSJ에 “애더럴 등 암페타민 약물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교 활동을 방해한다.

부가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스스로 반사회적으로 변해간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약물의 효능에 대한 의문과 부작용 우려에도 ADHD 치료제를 찾는 이들은 늘어가고 있다.

헬스케어 데이터 분석회사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약 1400만 명이 ADHD 치료제 처방을 받았다.

이 2012년 대비 26% 증가한 수치다.

특히 원격 의료를 통해 약물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지면서 처방받으려는 젊은 층이 급증하고 있다.

트루베타에 따르면 올들어 생애 처음으로 처방전을 발급받은 30~44세 성인들의 사례는 2021년 대비 27%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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