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명 대상 실험실이 있다고?”…진격하는 中 인터넷 공룡, 이유 있었네

‘AI선봉’ 텐센트 본사 가보니
회의·교육 플랫폼에 AI 적용
보유 특허 수 1.5만건 ‘최대’
슈퍼앱 ‘위챗’ 활용 테스트도
자체 개발 생성형 AI 훈위안
학습 속도서 챗GPT 넘어서
中 AI산업 규모 96조원 달해

지난달 26일 방문한 중국 선전시 푸톈구에 위치한 ‘텐센트’ 본사 2층에는 수백 개의 특허증서 액자가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벽면을 따라 길게 이어진 특허증서 행렬은 어림잡아 50m나 됐다.

중국의 ‘인공지능(AI) 굴기’ 최선봉에 있는 최대 정보기술(IT) 기업답게 AI 관련 특허가 상당수였다.


그 옆엔 텐센트의 기술을 소개하는 전시관이 마련돼 있었다.

전시관을 둘러보던 중 AI 기술을 적용한 영상회의 플랫폼 ‘텐센트 미팅’에 시선이 멈췄다.

회의 참석자의 발언에 자막이 생기고 동시통역 서비스가 제공됐다.

정확도도 꽤 높았다.

발언을 할 때 주변 소음을 막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도 탑재돼 있었다.

청력에 이상이 있는 노인·장애인 등을 위해 이러한 기능을 적용했다는 게 텐센트 측 설명이다.


이러한 기술 개발에는 창업자인 마화텅 최고경영자(CEO)의 의지와 의사가 대거 반영되고 있다.

마 CEO는 그동안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AI를 개발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지난해 8월에는 보고서를 통해 “인간의 ‘웰빙’을 위해 AI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는 텐센트의 ‘QQ췬(群)’도 마 CEO가 강조해온 웰빙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QQ췬은 학교에서 학교와 학생 간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된다.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들이 하나의 가상 커뮤니티에 참여해 주요 공지사항이나 건의사항을 주고받는 식이다.

학생들은 QQ췬에서 숙제를 전달받거나 제출한다.

숙제 제출 여부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텐센트는 중국의 ‘AI 굴기’를 상징하는 기업이다.

중국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AI 관련 특허(1만5626건)를 보유하고 있다.

그 뒤를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1만3723건)를 비롯해 ‘핑안그룹’(1만3139건), ‘스테이트그리드’(1만1567건), ‘화웨이’(5966건) 순으로 잇고 있다.


텐센트는 자사가 운영하는 ‘공룡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AI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대표적인 플랫폼이 ‘위챗’과 ‘웨이신’이다.

메신저와 페이 등 다양한 기능이 결합된 ‘슈퍼 앱’으로서 중국 내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올해 기준 전 세계 월평균 이용자 수만 13억8000명에 이른다.


또 ‘텐센트 게임즈’ ‘텐센트 뮤직’ ‘텐센트 비디오’ ‘텐센트 클라우드’ 등 대형 플랫폼에도 AI 기술을 하나둘씩 적용하고 있다.

플랫폼 하나하나가 AI 기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거대한 실험장인 셈이다.


생성형 AI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는 자체 개발한 AI 모델인 ‘훈위안’을 광고와 게임, 클라우드 등 다양한 상품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토큰을 대량으로 확보한 덕분에 학습 속도에서 ‘챗GPT’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도 자율주행과 음성 인식 관련 AI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그 결과 바이두의 자율주행 플랫폼인 ‘아폴로 고’는 중국 자율주행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음성 인식 AI 비서인 ‘DuerOS’도 가정용 로봇이나 스마트 스피커 등에 탑재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톈진에서 열린 2024년 제8회 세계스마트산업박람회(WIE)에서 발표된 ‘중국 차세대 AI 과학기술 산업 발전 보고서 2024’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중국의 핵심 AI 산업 규모는 약 5000억위안(약 96조원)으로 집계됐다.

AI 기업 수는 4400개 이상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현지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AI 산업이 한국을 넘어 미국을 위협하는 단계까지 성장했다고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중국의 빅테크들이 개발한 AI 기술들이 중국 전역에서 실생활에 접목되고 있는가 하면, 수요가 늘면서 관련 기업들의 성장세도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빅테크에서 간부로 일하고 있는 한국인 A씨는 “AI 등 미국의 최신 기술들을 따라잡기 위해 내부적으로 상당한 투자와 연구를 한다”며 “기업이 성장하다 보니 조직문화가 매우 역동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20년 전 실리콘밸리, 10년 전 판교를 보는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성·시 차원의 지원도 상당하다.

중국 빅테크 출신으로 미래 모빌리티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한 B씨는 “성과 시의 지원이 많아 국내외 인재가 몰리고 있다”며 “연구 성과를 내면 몇 년 치 월세를 내준다든지 수억 원의 지원금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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