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부부, 아키에 여사 마러라고로 초청
멜라니아 SNS에 사진 공개해 ‘영부인 행보’
트럼프, 전날 네타냐후와 통화서 정상외교
취임식 직후 정상회담 줄이을 가능성도
리더십 부재 한국은 ‘패싱’ 우려 높아져
|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차기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만나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멜라니아 트럼프 X] |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가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차기 영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저녁식사를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시리아 사태와 이란 대응 등 현안을 논의했다고 이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상 외교’가 이미 시작된 가운데 멜라니아 여사의 ‘영부인 외교’까지 시동을 걸면서 ‘리더십 부재’ 상태인 한국에 대한 ‘패싱(건너뛰기)’ 우려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날 멜라니아 여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트럼프 당선인, 아키에 여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아베 아키에 여사를 마러라고에서 다시 한번 영접하게 돼 영광이었다”고 적었다.
또한 멜라니아 여사는 “우리는 그의 남편인 아베 전 총리를 애틋하게 기억하고, 그의 놀라운 유산을 기렸다”고 덧붙였다.
세 사람이 이외에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키에 여사는 하루 전날인 14일 플로리다 마이애미에 도착했다.
아키에 여사와 트럼프 부부의 만찬은 미국·일본의 공식 채널이 아닌 트럼프 당선인과 아키에 여사의 개인적 인연으로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
2019년 5월 26일 일본의 ‘모바라 컨트리 클럽’ 골프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카트에 탑승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
아베 전 총리는 2016년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가장 먼저 만났던 해외 정상이다.
트럼프의 취임 직후인 2017년 2월에는 아베 전 총리와 마러라고로 이동해 함께 골프를 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아키에 여사가 현직 총리보다 트럼프 당선인을 먼저 만나는 만큼, 그가 양국 관계 강화에 기여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찬 사진이 멜라니아 여사의 SNS에서 공개됐지만, 트럼프 당선인 측은 보도자료를 배포해 멜라니아 여사의 SNS를 알렸다.
이는 사실상 ‘영부인 외교’가 시작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일본 언론은 이번 만남이 일본 정부가 추진했던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 간 조기 회동이 불발된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려 했지만, 트럼프 당선인 측이 원칙적으로 내년 1월 취임 이전에는 외국 정상과 만나지 않기로 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면담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행사 참석 차 방문한 프랑스 파리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윌리엄 영국 왕세자를 만났다.
이에 일본에서는 이시바 총리에 대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 행보는 이미 시작됐다.
AP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14일 트럼프 당선인과 시리아 사태, 이란과 헤즈볼라 대응, 가자지구 인질 석방 협상 등을 두루 논의했다.
그는 15일 공개한 영상 성명에서 “어젯밤 내 친구이자 미국 대통령 당선인인 트럼프와 이 모든 것을 다시 논의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다음달 20일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을 기점으로 정상회담이 줄을 이을 것으로 관측된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측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외에도 멜로니 총리,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밀레이 대통령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역시 취임식 참석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글로벌 안보·무역 질서를 뒤흔들 공약을 쏟아낸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세계 각국 정상이 ‘줄 대기’에 나선 가운데 트럼프의 공약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은 정상 차원의 네트워크 가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데이비드 퍼듀 전 연방 상원의원(조지아)을 주중국 대사로 지명한다는 사실을 밝혔고, 주일본 대사에 조지 글래스 전 주포르투갈 대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시점에서 한국에 대한 언급은 아직까지 전무하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측근으로 꼽히는 리처드 그리넬을 북한 업무를 담당할 ‘특수임무 특사’로 지명한 것은 한국 입장에서는 ‘경고등’이 될 수 있다.
사실상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한 인선을 발표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리더십 부재’ 상태의 한국을 건너뛰고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