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
하림 퍼스트키친’
밥·간편식·라면 만들어 직배송
국내 최초 생산·유통 하나로
‘식품명가’ 도약 이끌 핵심 기지
축구장 17개 규모, 증축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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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에 있는 하림산업 공장 ‘퍼스트 키친’ K2에서 ‘더미식’ 즉석밥이 만들어지는 모습. <하림> |
‘온 국민의 첫 번째 주방’. 닭고기 명가의 가장(家長)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꾸는 꿈이다.
하림은 조리하는 ‘퍼스트 키친’, 가정집 부엌은 음식을 먹는 ‘세컨드 키친’이 됐으면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간편식 계열사
하림산업의 공장 단지 이름도 퍼스트 키친으로 정했다.
이곳에서 내놓은 브랜드 ‘더미식’을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이 아닌 가정식(Home Meal Itself)이라고 규정한 것도 그다.
가정식 대체품이 아니라 가정식 자체가 돼야 한다는 의도가 담겼다.
지난 13일 전북 익산시 함열읍에 있는 퍼스트 키친을 찾았다.
김 회장의 모든 꿈이 응축된 곳이다.
닭고기 명가가 종합식품 명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전초기지다.
2021년 가동을 시작한 퍼스트 키친의 전체 면적은 12만3429㎡(약 3만7000평)로 축구장 17개를 합친 크기다.
가정간편식과 소스를 생산하는 K1, 즉석밥을 생산하는 K2, 면류를 생산하는 K3 등 식품 공장 3곳이 더미식, ‘멜팅피스(길거리 음식)’와 ‘푸디버디(어린이식)’ 상품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식품 공장보다는 퍼스트 키친 한복판에 자리 잡은 면적 2만4061㎡(약 7278평)짜리 육중한 건물이다.
하림이 약 1500억원을 투입해 만든 온라인 물류센터, FBH(Fulfillment by Harim)다.
이름은 아마존 물류센터인 FBA(Fulfillment by Amazon)에서 따왔다.
양옆 식품 공장에서 만든 간편식·라면·너깃 등을 별도 포장과 중간 유통과정 없이 바로 품어 소비자에게 직배송하는 시설이다.
올해 2월 준공됐고, 7월부터 부분 가동을 시작한 따끈따끈한 곳이다.
공장과 물류센터를 연결하는 붉은 컨테이너 통로 3개가 보였다.
통로 내부엔 컨베이어 벨트가 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상온·냉동·냉장 제품들이 이 벨트를 타고 물류센터로 모여든다.
제조생산시설과 유통판매시설을 하나로 묶은 건 국내 식품회사 중
하림이 유일하다.
하림 관계자는 “물류센터는 내년 정도면 완전 가동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종국엔 11㎞ 떨어진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있는 중소 식품기업의 물류 허브 역할도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각각의 식품을 만드는 공장으로 이동했다.
K2에서는 귀리밥, 현미밥 등
하림의 더미식 즉석밥이 만들어진다.
레이저를 통해 부서지고 색이 변한 쌀알을 튕겨서 골라내는 첫 작업부터 특이했다.
하림은 더미식엔 밥알이 온전한 완전미만 담는다고 했다.
밥을 찌기 전후 노출된 공정엔 ‘클린룸’을 도입했다.
외부 기압보다 높은 압력을 유지하는 양압 시설을 통해 내부 공기는 끊임없이 밖으로 빼고, 맑은 공기를 유입해 무균화한 공간이다.
K2에서 1시간 동안 생산되는 즉석밥은 7200개에 달한다.
하루 생산량은 14만4000개다.
1분에 120개의 즉석밥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림은 현재 유일한 생산라인을 능가하는 라인 하나를 증축하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경쟁사 중 가장 앞서 있는 회사가 생산라인을 총 17개 갖고 있고, 다음 업체가 12개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며 “생산라인을 하나 더 늘려 조만간 즉석밥 생산량을 2배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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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에 있는 하림산업 공장 ‘퍼스트 키친’ K3에서 ‘더미식’ 라면이 만들어지는 모습. [사진 출처 = 하림] |
‘장인라면’ 등을 만드는 K3(3만3468㎡·약 1만124평) 구역도 찾았다.
납작한 반죽을 잘라 꼬불꼬불한 면 형태로 만드는 자동화 기계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K3에서 생산되는 라면은 한 시간에 3만6000봉에 달한다.
하루 생산량은 72만봉이다.
1분에 600봉의 라면이 만들어지는 꼴이다.
K3 공장 한가운데가 텅 비어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양쪽 끝 서로 반대 방향에 유탕면과 건면 생산라인 2개만 배치돼 있다.
하림은 내년께 공터에 4개의 라인을 추가한다.
이어 방문한 K1에선 ‘
하림의 맛’이 탄생한다.
이곳에서는
하림이 생산하는 식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조미식품(육수류, 조미료, 소스·양념, 라면 액상수프)을 취급한다.
유니자장 소스와 푸디버디의 하얀 국물도 여기서 만들어진다.
4만3116㎡(약 1만3042평) 규모로 퍼스트 키친 중 가장 크다.
핵심은 육수다.
육수는 소스뿐만 아니라 라면 반죽에도 쓰인다.
9㎞ 떨어진 닭고기 공장(
하림의 본진)에서 보낸 육수 가공을 위한 닭뼈도 K1으로 들어온다.
김 회장은 더미식을 연매출 1조5000억원의 메가 브랜드로 키우고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했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하림산업 매출은 매년 증가세를 보였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림산업은 2019년 36억원에서 지난해 705억원으로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더미식은 성장하는 초기 단계”라며 “생산라인 증설, 물류센터 투자를 계속해 당분간 적자는 감수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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