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 가결 이후 ◆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2020년 펴낸 그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도널드 트럼프라는 정치인의 등장을 절묘하게 해석한 바 있다.

미국 민주당이 엘리트를 중심으로 한 과도한 '능력주의(Meritocracy)'에 빠지면서 고학력자가 아닌 계층으로부터 외면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가 책에서 말하는 능력주의는 '학력의 격차'가 '소득의 격차' '부의 격차'로 이어지는 것을 정당화하는 인식으로 풀이된다.


샌델 교수는 "2016년 트럼프는 대학 학위가 없는 노동자 계층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당시 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고학력자·대학 학위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압도적이었다"며 "이번 선거에서는 백인 노동자 계층만 트럼프를 지지한 것이 아니고, 대학 학위가 없는 라틴계 유권자 비중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력 격차, 졸업장의 격차는 (선거에서) 계속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뉴딜 정책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민주당은 특권에 대항하는 민중적인 정당이었지만, 지금은 능력주의적 특권과 연관돼 있고, 엘리트들이 이 같은 특권을 얻는 것에 대해 대학 학위가 없는 노동자들은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샌델 교수는 "2020년에 조 바이든은 36년 만에 처음으로 아이비리그 출신이 아닌 민주당 대선후보가 됐다"며 "바이든은 민주당을 능력주의적인 자만심과 학벌주의적인 성공 윤리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했지만,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도 2016년 선거 때처럼 불만과 분노를 이용했다"고 진단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선은 역설적이라는 게 샌델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트럼프가 임명한 사람 상당수가 노동자들의 이익과는 거리가 먼, 전통적 공화당의 우선순위를 옹호하고 있다"며 "그가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샌델 교수는 1996년 자신이 펴냈던 '민주주의의 불안' 개정판을 내고 있다.

그는 "1996년에 썼던 책이지만 2016년 트럼프의 당선 이후 우려들이 생생하고 극적인 형태로 현실화됐다"며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과 위협이 지난 몇 주 동안 이렇게 극적으로 현실화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고, 한국에서는 계엄령이 선포됐다"고 덧붙였다.


샌델 교수는 한국 젊은 세대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 갈 때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불평등에 맞서려는 의지가 미국보다 강했다는 것"이라며 "공론화에 참여하고자 하는 한국 젊은 세대의 열망에 대해서도 깊은 인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교육 수준이 높은 나라지만 많은 젊은이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꾸릴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 채 불확실한 상태로 졸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한국의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할 때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샌델 교수는 그러면서 "세대를 넘어 모두가 서로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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