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가결되자 각국 주요 언론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탄핵안 통과가 정치적 혼란의 종식을 의미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이 탄핵안 가결 소식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혀 향후 헌법재판소에서의 법정 공방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국정을 이끌게 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야당 일부에서 한 총리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향후 정국을 흔들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 BBC도 한 총리와 권한대행 2순위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 계엄 관련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일제히 탄핵안 통과 과정과 국민의 거리 시위를 집중 조명하며 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권력 남용을 막는 데 제대로 기능했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FT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과거 군사 독재의 어두운 역사를 떠올리게 했으며, 국민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일어서 싸웠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품위 있는 퇴진'의 기회를 제공했지만 이를 마다하고 몰락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영국 가디언은 "윤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은 스스로의 행동이었다"며 "계엄 도박이 결국 야당이 오랜 기간 탄핵을 위해 찾아온 '스모킹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을 제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주요 언론은 한일 관계 개선을 추진해온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로 인해 그간 구축해온 한일, 한·미·일 협력 기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은 외교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 것"이라며 "한일 관계 개선 흐름이 멈추면 한·미·일 공조와 한·중·일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맞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윤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대하는 방안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한일 외교는 사실상 정지 상태가 됐다"며 "정상 간 의사소통을 지렛대로 삼아 관계를 개선해왔지만, 엄중한 상황으로 퇴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한·미·일 협력 체계가 불투명해지고 이에 따라 힘에 공백이 생기면 북한과 중국이 군사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주요 언론도 탄핵한 가결 소식을 상세히 다뤘다.
중국 관영 CCTV는 한국 전문가를 초청해 향후 한국 정치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심층 분석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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