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 엮였다 괜히 불똥 튈라”…‘입조심’ 나선 유통업계

유통업계, 계엄·탄핵과 ‘거리두기’
응원봉 매출 오른 이커머스 업계
“정치적으로 엮이는 것 부담”
편의점 업계도 ‘입조심’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응원봉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12·3 계엄사태와 대통령 탄핵 시위 등으로 정국이 불안한 가운데 유통업계는 현 정치 상황과 거리를 두며 ‘입조심’에 나서는 분위기다.

대통령 탄핵 시위 때 사용되는 응원봉 등 일부 물품의 수요가 커지면서 때아닌 특수를 맞았지만, 업계에선 엮이기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속 시원히 입장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서 응원봉이 ‘필수템’으로 떠오르면서 이커머스에서 관련 거래가 급증했다.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난 7일을 전후로 네이버쇼핑, 11번가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는 응원봉이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끌었다.

쿠팡 등에서는 LED 응원봉 일부 제품이 품절되기도 했다.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응원봉을 판매한다는 글이 쏟아졌다.


비상계엄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 집회 참가 시민들이 촛불과 응원봉을 들고 국민의힘 당사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러나 이커머스 플랫폼 업계에선 정확한 응원봉 매출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응원봉 데이터만 떼서 집계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인데, 탄핵 집회를 이용해 매출을 올린다는 이미지가 생길 것을 걱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 이커머스 플랫폼 관계자는 “실시간 검색 순위에 응원봉이 1위를 할 만큼 많이 팔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 사태와 탄핵 등 정치적으로 엮이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계엄령을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듯한 광고 푸시알람을 보낸 한 플랫폼 관련 회사의 개발자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는 지난 3일 계엄령 해제 이후 소비자들에게 ‘계엄령 대비 생필품 주문 타이밍’이라고 적힌 광고 푸시 알람을 보냈는데 이를 본 누리꾼들이 “계엄령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만큼 가벼운 사건이 아니다”라는 등 비판을 쏟아냈다.


서울 시내 편의점. [사진 = 연합뉴스]
편의점 업계에서도 현 정치 상황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피하려는 모습이다.


대규모 시위가 열리는 광화문과 여의도 인근 편의점에서는 LED 상품이나 핫팩, 건전지 등 물량을 최대한 확보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에 대해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본사 측의 판단은 아니고 개별 점주들이 필요한 물건을 발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직접적인 업체명 노출을 피하기도 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 4일에는 편의점에서 각종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벌어졌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왔다.

계엄령 선포 이후 편의점마다 생필품 매출이 뛰었다는 내용의 보도인데, 해당 보도에선 ‘A편의점’ ‘B편의점’ 등으로 표기됐다.

업체명을 직접적으로 노출하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엄과 탄핵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좋지 않은데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비치면 부정 여론이 일수도 있을 것”이라며 “최대한 엮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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