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코리아패싱 우려 확산
빅터 차 “韓지도자 실종상태
한미동맹 최악의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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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4.12.13 [김호영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한국이 내년 1월 20일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속도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과 연결고리를 찾는 데 애를 먹었던 상황에서 정부 리더십 공백까지 겹치면서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의 동맹 재검토에 대비해야 하는 한국에서 정치적 마비로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한 달 전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골프 연습을 재개하며 미국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시작하려 했지만, 이제는 두 번째 탄핵 표결을 앞두고 정치적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주요 동맹국에 청구서를 내밀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에서 내부의 정치적 위기로 협상에서 열세에 몰리고 외교·통상적인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 WP의 시각이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아직 취임 전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정상외교를 가동한 상태다.
그는 당선 이후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자택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만났다.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 행사 참석차 방문한 프랑스 파리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영국 윌리엄 왕자와 대화했다.
이밖에 시진핑 중국 주석과는 당선 이후 두 차례 이상 통화한 데 이어 취임식에 초청한 상태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는 관세와 이민자 문제로 통화하는 등 정상들과의 ‘통화 외교’도 활발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는 트럼프 당선인과 그의 부인 멜리나아 여사와 비공개 만찬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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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 =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 같은 상황에 ‘리더십 공백’ 상태인 한국은 지난달 초 첫 통화 이후 사실상 추가적인 접촉이 멈춘 상태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두 정상의 ‘골프 외교’라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지만, 지금은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미국 내 한국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치적 혼란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동맹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이날 열린 온라인 대담 ‘캐피털 케이블’에서 “(현 상황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시작과 한미동맹에 있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CSIS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전직 참모들을 만났다면서 “그들은 트럼프의 첫 100일이 아니라 첫 100시간에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관세, 반도체 법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차 석좌는 “지도자 간의 개인적 유대는 매우 중요한데, 한국에는 이 일을 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리고 이런 사태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여름이 지나도록 계속될 수 있고 더 길어질 수 있다”면서 “매우 나쁜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전 세계) 모두가 마러라고나 백악관에 가서 개별 협상을 시도하는데 한국에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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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 통합화력훈련 [사진 = 미8군 제공] |
시드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 역시 야당이 새로 정권을 잡을 경우 한·미·일 협력이 어려워지고, 그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북미 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시도할 수 있다면서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암시하는 불안한 징조”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가 취임하면 왜 한국에 많은 주한미군을 배치하고, 왜 그렇게 큰 비용을 지불하는 지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서울에 새로 들어선 정부가 미국에 미온적이고, (트럼프 자신은) 북한과 교섭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면, 왜 우리(미군)는 여전히 그곳(한국)에 있는 것일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에 다시 빠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미·일 3국의 민관 합동 행사도 돌연 연기됐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12~13일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일 3국 여성 경제역량 강화 콘퍼런스’가 무기한 미뤄졌다.
이 행사는 애초 한·미·일 3국 정부 당국자와 재계 인사, 비정부기구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연기 사유가 한국의 상황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국무부 측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으로 회의가 연기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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