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의 불신임으로 내각이 붕괴하며 정치적 위기에 내몰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신임 총리로 범여권 중도파 정당인 모뎀(MoDem)의 프랑수아 바이루 대표(73·사진)를 임명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전 파리 엘리제궁에서 바이루 대표와 회담한 뒤 그를 차기 총리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과 극우 국민연합(RN)의 주도로 프랑스 하원이 정부 불신임안을 통과시키면서 총리직에 있던 미셸 바르니에가 사임한 이후 9일 만이다.


바이루 신임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오랜 우군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대선에서 당선된 이후 그를 지지해왔으며, 현재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르네상스당과 함께 중도 연합을 구성하는 모뎀 대표를 맡고 있다.

2002년과 2007년, 2012년 대선후보로 나섰고 2017년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으나 의회 보좌관 허위 채용 스캔들이 터지면서 사임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후임 총리를 임명하면서 내각 붕괴로 인해 마비된 정부 기능 재개의 기반은 일단 마련됐다.

1962년 조르주 퐁피두 정부 이후 약 62년 만에 내각이 붕괴하는 사태가 터지면서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후임 총리 인선을 통해 정국을 안정시켜야 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었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혼합된 이원집정부제를 통치 구조로 채택한 프랑스 헌법은 대통령에게 총리 임명권을 부여한다.


다만 바이루 신임 총리의 내각 구성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프랑스 하원은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없어 분열된 상태다.

좌파 연합인 제1야당 NFP가 원내 1당인 가운데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앙상블이 제2당, 극우 RN이 제3당을 차지하고 있다.

여전히 하원 원내 1당에서 총리를 임명하는 프랑스 정치 관행이 이번 인선에서도 지켜지지 않으면서 야권의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NFP 일원인 사회당의 클로에 리델 대변인은 "마크롱 대통령은 1위를 차지한 좌파 정당의 후보가 아닌 (중도) 동맹 후보를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내각 구성에 성공한 뒤에는 전임 정부가 무너진 직접적 원인이었던 내년도 예산안의 통과도 이끌어내야 한다.

전임 바르니에 내각은 국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600억유로를 삭감한 예산안을 제출했다.

공공지출 감축과 증세를 골자로 한 예산안은 사회복지 축소에 반대하는 야권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전임 내각은 하원 표결 없이 법안 처리를 추진할 수 있는 헌법 조항을 발동하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이는 의회의 정부 불신임을 불러왔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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