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계엄 후폭풍 ◆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한국이 내년 1월 20일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속도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과 연결고리를 찾는 데 애를 먹었던 상황에서 정부 리더십 공백까지 겹치면서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의 동맹 재검토에 대비해야 하는 한국에서 정치적 마비로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한 달 전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골프 연습을 재개하며 미국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시작하려 했지만 이제는 두 번째 탄핵 표결을 앞두고 정치적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 한국 전문가들은 정치적 혼란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이날 열린 온라인 대담 '캐피털 케이블'에서 "(현 상황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시작과 한미동맹에 있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CSIS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전직 참모들을 만났다면서 "그들은 트럼프의 첫 100일이 아니라 첫 100시간에 한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많은 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관세·반도체 법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차 석좌는 "지도자 간의 개인적인 유대가 매우 중요한데, 한국에는 이 일을 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리고 이런 사태가 오래 지속돼 여름이 지나도록 이어지거나 더 길어질 수 있다"면서 "매우 나쁜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시드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 역시 야당이 새로 정권을 잡으면 한·미·일 협력이 어려워지고 그런 상태에서 새 정부가 북·미 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시도할 수 있다며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암시하는 불안한 징조"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가 취임하면 왜 한국에 많은 주한미군을 배치하고, 왜 그렇게 큰 비용을 지불하는지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서울에 새로 들어선 정부가 미국에 미온적이고 (트럼프 자신은) 북한과 교섭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면 '왜 우리(미군)는 그곳(한국)에 있는 것일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미·일 3국 민관 합동 행사도 돌연 연기됐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12~13일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한·미·일 3국 여성 경제역량 강화 콘퍼런스'가 무기한 미뤄졌다.
연기 사유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국무부 측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으로 회의가 미뤄졌다고 전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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