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다음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와 만난다는 계획을 '깜짝' 공개했다.
그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던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 수장들이 트럼프 당선인과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떠오른 가운데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CEO에 이어 베이조스까지 트럼프 당선인과 '코드'를 맞추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구애'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12일(현지시간) 더힐 등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뉴욕 증권거래소 타종 행사에 참석해 "제프 베이조스가 다음주에 온다"고 말했다.
이는 베이조스가 트럼프 당선인 자택이자 정권인수팀 본부로 사용되고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로 올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더힐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베이조스 측은 즉시 응답하지 않았지만, 베이조스는 트럼프 당선인과의 교류를 희망한다는 신호를 여러 차례 보내왔다.
미국 유력지인 워싱턴포스트(WP) 사주인 베이조스는 지난 미국 대선을 앞두고 WP 논설위원실의 카멀라 해리스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 사설을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1976년 이후 2020년까지 치러진 대선 가운데 1988년을 제외하면 모두 민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그렇기에 이번 대선에서 WP의 중립 선언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베이조스가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그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해리스 후보 지지 사설에 반대했다는 추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승리 이후 베이조스는 그가 좋아할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 4일 "(트럼프 당선인이) 규제를 줄이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는 듯 보인다.
그를 도울 수 있다면 돕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의 당선 축하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1기 행정부 시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시 아마존과 WP를 여러 차례 공격했다.
아마존은 2019년 법정에서 아마존이 펜타곤의 계약 업체로 선정되는 데 실패한 것에 대해 '트럼프의 편견'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베이조스는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트럼프의 오른팔' 머스크 CEO와도 편한 관계는 아니다.
대선 기간 중 머스크 CEO는 "베이조스가 모든 사람들에게 트럼프가 패배할 것이라고 말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적으며 공격했고, 베이조스는 이에 "100% 사실이 아니다"고 답하기도 했다.
머스크 CEO와 베이조스는 우주 기업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으로도 경쟁 관계에 있다.
여러모로 불편한 관계였던 베이조스가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면서 이들이 어떤 협력 관계를 구축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구애'에 나선 빅테크 기업 CEO는 베이조스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26일 메타의 저커버그 CEO와 마러라고에서 만나 만찬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타는 또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준비펀드에 100만달러(약 14억원)를 기부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도 지난 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특히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최첨단 인공지능(AI) 개발을 지원할 인프라를 주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트럼프 정부와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AI는 방대한 양의 인프라, 전력, 컴퓨터 칩, 데이터 센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다른 소프트웨어와 조금 다르다.
우리는 여기에 이를 구축해야 하고 기술과 역량으로 주도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AI 인프라를 갖출 필요가 있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이 일을 매우 잘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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