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에도 골프웨어 업계는 긴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2024년 하반기에도 골프웨어 시장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유입된 MZ 골퍼들의 이탈로 인해 진성 골퍼가 주요 타깃으로 다시 떠올랐지만 이들의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골프웨어의 계속된 침체 속에 새로운 활로를 찾는 브랜드들도 눈에 띈다.
골프 외 영역을 개척하거나 해외를 공략하는 등 반등의 기회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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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뮤어 트랜드를 반영한 레노마골프 |
골프웨어 시장 여전히 위축, 신장세 둔화
주요 백화점의 골프웨어 매출을 살펴보면 상반기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하반기 매출 신장률은 신세계백화점 3.6%,
현대백화점 2.1%, 롯데백화점 0%를 나타냈다.
업계에선 2023년 하반기 매출이 크게 감소했기에 올 하반기 전년 동기 대비 기저효과를 볼 것이란 예측이 있었지만 수치는 오히려 상반기에 못 미쳤다.
올 상반기(1~6월) 백화점 3사 신장률은 신세계백화점 5.5%,
현대백화점 4.8%, 롯데백화점 0%였다.
가장 높은 신장률을 기록한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지포어, 어메이징크리, 사우스
케이프 등 프리미엄 골프웨어들이 신장세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타 백화점 또한 지포어, PXG골프웨어, 말본골프, 타이틀리스트 어패럴, 제이린드버드 등 소위 ‘톱’으로 꼽히는 브랜드들이 강세를 보였다.
진성 골퍼 남았지만 취향 세분화로 경쟁 심화
롯데백화점 골프팀 정태호 팀장은 “골프웨어 매출은 2019~2020년 살짝 하락하다가 2021년 코로나19 골프 붐을 타고 상승하기 시작해 2022년 정점을 찍었다”며 “올해는 2021년 수준으로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코로나 피크’의 거품이 빠지는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호조가 보이는 지점도 있다.
정태호 팀장은 “골프웨어 조닝의 객수는 줄었지만 객단가는 줄지 않았다”는 점을 짚어내며 “골퍼들이 골프웨어 소비를 비롯해 골프를 즐기는 데 드는 비용을 어느 정도 체감하고 받아들인 것이 아닐까” 덧붙였다.
이는 MZ 골퍼들이 이탈하면서 4050 골퍼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진성 골퍼로 소비층이 어느 정도 추려진 데 반해 골프웨어 선호도는 더욱 세분화되는 추세다.
코로나19 시기, 골프 호황기에 많은 골프웨어들이 출시되면서 고객 경험이 다양화된 까닭이다.
신세계백화점 패션담당 스포츠팀 최원익 팀장은 “이제 퍼포먼스냐, 아니냐로 골프웨어를 이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골프웨어 신장률을 단순히 숫자로만 판단할 수도 없게 됐다.
“두잉 골프웨어의 경우 코로나19 시기 성장 폭이 급격하게 오르지 않았기에 매출이 덜 빠져 보이는 부분도 있다.
MZ 골퍼의 관여가 컸던 브랜드일수록 상대적으로 역신장 폭이 클 수밖에 없다.
”
골퍼의 취향이 촘촘해진 만큼 골프웨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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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PGA 쇼에 참가한 왁 부스 |
기후변화에 사라진 가을 성수기
얼어붙은 업계 분위기 속에서 골프웨어들은 ‘골프 성수기’도 맛보지 못했다.
가을이 짧아진 탓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평균기온은 24.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 폭염 일수(하루 최고기온 33℃ 이상) 또한 6일로 역대 1위다.
늦더위는 순식간에 추위로 돌아섰다.
기상청은 지난 10월 19일, 올해 처음 강원도에 한파특보를 발효했다.
작년 한파특보가 내려졌던 11월 6일보다 이른 시기다.
골프웨어 업계 관계자는 “더위 끝이 길어 ‘추석 폭염’이 오더니 한 달 만에 날씨가 영하로 떨어졌다”며 “11월 중순부터 ‘올해 골프 접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푸념했다.
골프웨어 가을 시즌 특수가 무색해진 것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올해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작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그중 의류 등 준내구재 판매액지수는 작년에 비해 4.7%나 떨어졌다.
급격한 기후변화에 옷 수요가 감소하면서 소비에 찬바람이 불었다.
골프웨어 브랜드들은 한파를 대비한 아우터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진성 골퍼를 겨냥한 기능성을 내세우면서도 일상을 아우르는 디자인을 강조해 비시즌에 대응하는 것이다.
골프웨어가 패션계 트렌드인 ‘드뮤어(Demure)’ 스타일을 차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 F/W 시즌에는 닥스골프, 레노마골프, 말본골프, 사우스
케이프 등이 차분하고 클래식한 드뮤어 트렌드를 선보였다.
겨울 아우터 역시 절제된 컬러와 디자인이 확연히 두드러진다.
일상을 커버하는 헤비 아우터로 겨울 ‘대목’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골프웨어 침체 속 활로 찾아 나선 브랜드들
골프 인구 감소에 따라 매출이 떨어지자 골프웨어들은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크리스에프앤씨는 파리게이츠, 마스터바니에디션, 세인트앤드류스, 팬텀골프웨어, 핑어패럴 등 굵직한 브랜드를 전개하는 골프웨어 전문기업. ‘골프 명가’로 불렸던
크리스에프앤씨는 아웃도어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올해 초 액티브 아웃도어 브랜드 하이드로겐을 론칭한 데 이어 지난 8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마무트 1호점을 오픈했고, 10월 앤드원더 팝업스토어까지 3개 아웃도어 브랜드를 차례로 선보였다.
해외 진출을 꾀하는 브랜드들도 있다.
코오롱FnC가 전개하는 지포어는 지난 11월 지포어 글로벌 본사와 중국 및 일본의 마스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코오롱FnC는 한·중·일 3개국에서 지포어 상품 기획 및 생산과 마케팅까지 총괄하게 됐다.
왁은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4년에 이어 2025 ‘PGA 쇼’에 참가하는 왁은 북미용 사이즈를 반영한 전용 라인 상품을 출시하고 글로벌 쇼핑몰을 구축하는 등 적극적인 현지화에 나섰다.
침체된 골프웨어 시장, 반등의 기미 보일까
골프웨어 업계는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골프 시장 위축과 경기침체에 보릿고개 넘듯 너도나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분위기다.
골프웨어브랜드 관계자는 “매출 톱을 차지하는 몇몇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는 골프웨어가 보이지 않는다.
비용이 없다 보니 마케팅도 소극적이고 업계에 활기가 없다.
내년 초 사업을 접는 골프웨어가 또 있을 것 같다”며 우려했다.
하지만 신선한 바람도 불었다.
지난 9월,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전 의장이 어메이징크리와 아이스버그골프를 전개하는 에이엠씨알을 인수하며 화제를 모은 것. 내년 상반기엔 정체된 골프업계에 새로운 뉴스가 더 많이 들려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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