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된 가격, 고정된 메뉴를 고집해온 프랜차이즈 업계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K푸드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맛있을 뿐만 아니라 농가와 상생을 도모한다는 면에서 소비자 호응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입장에서는 농가에서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특산물과 연계한 K푸드가 인기를 끌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로컬(지역)이 힙하다'는 인식도 확산되는 추세다.

'로컬'과 '이코노미'(경제)를 합친 '로코노미'가 식품 업계 대세로 떠오른 분위기다.


9일 한국맥도날드에 따르면 회사가 '한국의 맛'(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식품을 만드는 프로젝트)을 통해 출시한 먹거리의 누적 판매량(2021~2024년)은 2400만개를 넘어섰다.

지역색을 입힌 상품이 연 600만개씩 소비되는 것이다.

상품 종류도 다양하다.

나주 배를 활용한 얼음 음료 '나주 배 칠러', 창녕 마늘로 만든 햄버거 '창녕 갈릭 버거', 영동 샤인머스캣을 사용한 탄산음료 '영동 샤인머스캣 맥피즈' 등이다.


맥도날드의 로코노미 전략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특산물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덜 주목받는 곳을 띄우면서 더 침체한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창녕 마늘을 활용해 만든 햄버거가 대표적 사례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창녕은 전국 마늘 재배 면적에서 약 19%를 차지하는 최대 산지이나 인지도가 비교적 높지 않아 수급지가 됐다"며 "타 기업과의 협업도 늘길 바란다"고 전했다.


국내 1등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코리아는 스테디셀러 '유자 민트 티'의 유자를 2019년 출시 이래 지금까지 전남 고흥군에서 공수해오고 했다.

유자 민트 티를 통해 지난 5년간 올린 매출은 1300억원에 달한다.

누적 판매량은 2400만잔이다.

회사의 '상생음료' 누적 기부량(2022~2024년)은 30만잔에 달한다.

스타벅스는 2022년부터 소상공인 카페에 상생음료를 무상 제공해왔다.

회사 음료팀이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제조법과 원·부재료를 동네 카페에 지원함으로써 그들이 팔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제과 회사도 올해 자사 제품에 지역색을 입힌 제품을 쏟아냈다.

크라운제과는 지난 4월 청송 사과를 와플 모양의 비스킷에 듬뿍 넣은 '와플샌드 청송 사과'를 출시했다.

와플샌드 청송 사과는 7개월 만에 누적 매출 35억원을 기록했고 지난 10월 출시된 제주 유명 특산물 말차를 활용한 '콘말차 제주 말차'는 50일 만에 누적 매출 23억원을 달성했다.


식품 업계가 앞다퉈 '지역 잡기'에 나서는 건 MZ세대가 호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선행을 위해서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시장조사 전문 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응답자 10명 중 8명(81.6%)이 로코노미 식품을 구매해본 적이 있었다.

이들은 로코노미 식품이 '지역 특색이 반영된 점이 이색적'(49.6%)이어서 찾는다고 답변했다.

특히 저연령층일수록 로코노미에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답했다.


업계의 로코노미 상품이 지역 농가 소득에 기여하는 바는 수치로 명징하게 나타난다.

맥도날드가 창녕 갈릭 버거를 만들기 위해 사들인 창녕 마늘은 지난 3년간 130t에 달한다.

나주 배 칠러를 만들기 위해 회사가 매입한 나주 배는 지난 4년간 164t이다.

'보성녹돈 버거'를 위해 수매한 보성녹돈(전남 보성의 녹차잎 사료로 키운 돈육)은 154t에 이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자체, 소비자, 기업이 함께 새로운 지역 콘텐츠를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