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 투자도 검토했는데...비밀유지계약 끝나자 M&A 돌변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고려아연에 대해 기습 공개매수전을 벌이며 인수합병(M&A)에 나선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과거 고려아연의 신사업 관련 내부자료들을 넘겨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MBK는 고려아연 신사업의 재정적 지원을 도울 후보군으로 거론됐고, 비밀유지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하지만 해당 비밀유지계약이 지난 5월로 종료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을 두고 적대적 M&A에 나서면서, 관련 정보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2022년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주력하던 트로이카 드라이브 관련 투자 유치를 위해 MBK 접촉했다.

이 때 MBK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관련 세부 사업 자료를 넘겨 받아 재무적 투자 여부를 검토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2차전지소재와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 사업을 일컫는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022년 취임 후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주력해 왔던 사업이다.

당시 MBK는 고려아연으로부터 신사업 관련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는 내부 기밀 자료를 넘겨받으며 비밀유지계약서를 맺었다.

신사업 세부 내용 전부를 비밀로 하고, 자료를 다른 곳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특히 해당 비밀유지계약서에는 비공개 매수 등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MBK간 맺었던 비밀유지계약은 지난 5월로 종료됐다.

그리고 약 3개월 후인 9월 중순 MBK는 고려아연 지분 공개 매수 계획을 기습적으로 밝혔다.

MBK는 공개매수 하루 전 영풍과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계약에는 콜옵션이나 풋옵션 등 복잡하고 다양한 조건을 포함돼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불과 3개월여만에 이같은 조건의 경영협력 계약을 체결한 것을 두고 MBK가 고려아연과의 비밀유지계약이 유효할 때부터 영풍과 적대적 M&A를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MBK는 그 동안 고려아연의 신사업 투자 문제를 줄곧 문제 삼아왔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지난 13일 “처음부터 이 싸움은 오랜 기간 치밀하게 적대적인 기습공격을 준비했던 측과 순진하게 사업 성장만을 고심했던 회사의 싸움이었다”며 “기업사냥 전문가와 50년을 비철금속 제련에만 집중하며 외길에 쏟아 부은 한 회사의 싸움,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고려아연은 현재 MBK가 확보한 고려아연의 내부 자료를 이번 공개매수 과정에 활용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MBK는 이번 적대적 M&A 과정에서 줄곧 기업구조 개선을 강조하고 있는데 해당 의혹이 사실일 경우 이런 명분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