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사기 포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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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에 월세 안내 프린트물이 붙어 있다. 외국계 자본까지 줄줄이 국내 임대주택에 진출하면서 임대차 시장 지형에 가파른 변화가 예상된다. 이충우 기자 |
지난 10월 서울 마포구 대장 단지로 꼽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에서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가 보증금 1억원, 월세 360만원에 거래됐다.
연초 보증금 1억100만원, 월세 300만원에서 20%가량 오른 가격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월세 비중이 증가하는 이유는 직접적으로 △임대차3법으로 대표되는 정부 규제 △집값 급등 △1인가구 증가 △금융당국의 대출 옥죄기 등 구조·제도적 원인이 크지만 3년 전 일어난 전세사기 여파도 작지 않다.
그간 전세 제도를 지탱해온 개인 간 임대차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변화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인근 D공인중개사 대표는 "월세가 보증금 기준 1억원부터 7억원까지 다양하게 나오는데 보증금 1억~2억원인 물건은 나오자마자 모두 계약돼버린다"며 "맞벌이하는 요즘 젊은 부부들은 전세나 반전세에 목돈이 묶이는 것보다 차라리 투자나 소비 등에 활용한다"고 말했다.
수요가 늘자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은 치솟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매일경제 의뢰로 국토교통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실거래가)은 2021년 90만원(평균 보증금 2억1261만원)에서 2024년 105만원(평균 보증금 1억9981만원)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을 조정하더라도 월세를 높여 받고자 하는 집주인들의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거래로도 이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지난 10월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4㎡는 보증금 8억원, 월세 5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9월 다른 층 동일 평형이 보증금 5억원, 월세 4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한 달도 채 안돼 보증금을 3억원 올리고 월세도 100만원가량 높여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월세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월세 거래 비중(10월)은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59.2%(3만7780건)에 달했다.
등기소와 주민센터에서 부여한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한 통계다.
연간 서울 월세 거래량은 2021년 32만7931건에서 지난해 44만8490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올해는 10월까지 누적 월세 거래량만 41만3504건에 달해 역대 최다 수준인 50만건에 육박할 전망이다.
월세 시장 강세에는 지난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SR) 2단계가 시행되는 등 금융권의 대출 규제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스트레스
DSR 2단계는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각각 가산금리 0.75%포인트를 적용하는 규제다.
여기에 전세대출 금리도 오름세라 서울 아파트 전세 문턱이 크게 올라갔다.
은행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가 막히자 집주인들도 전세로 내놓은 물건을 속속 월세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임차인이 4년간 월세 상승 없이 거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된 지 4년이 경과하면서 재계약 시점에서 일어나는 가격 상승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전세 시장이 급속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향후 전세 비중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정부가 입주 전 전세대출을 막은 데 이어 전세에도
DSR을 적용할 방향성을 세워두고 있다.
이런 임대차 시장 구조 변화가 서민들 주거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상가나 토지가 아파트 시장만큼 투기 열기가 강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전세의 유무를 들 수 있다"며 "20년 후 장기적으로 월세 비중이 전세를 압도하는 시기가 오면 집값이 안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월세 가격을 놓고 보면 국내 주거비는 글로벌 대도시에 비해 저렴한 편인데 이는 월세 외에 전세도 함께 공급되기 때문"이라며 "주거비가 늘어나면 결국 내 집 마련 기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어 전세와 월세가 공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재영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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