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부동산 개발 업체인 미국 하인스를 비롯한 글로벌 부동산·금융 시장 큰손들이 국내 임대주택 시장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외국계 자본이 그간 국내에서 오피스나 호텔,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주력으로 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가 늘고 외국계 '메기'까지 등장하면서 국내 임대차 시장에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해외 자본은 다른 국가에서는 보기 힘든 한국의 독특한 전세 제도에 진입하는 것을 망설여왔다.
하지만 최근 1~2인 가구 증가세가 눈에 띄고 전세 시장 불안으로 월세 수요가 커지는 등 급격히 변화 중인 한국 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낙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인스는 그간 오피스빌딩 투자에만 집중해왔는데 한국 임대주택 사업에 뛰어든 것은 처음이다.
영국 푸르덴셜생명 계열 부동산 투자회사인 M&G리얼에스테이트도 오피스타워 등 상업시설 투자에 집중해왔으나 전략을 바꿔 최근 주거 임대차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
조민형 M&G리얼에스테이트코리아 대표는 "한국은 2022년부터 전월세 비중이 역전되면서 월세와 반전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전문적으로 자산을 관리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임대인을 찾는 임차인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기관투자자들의 진입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세계 3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영국계 자산운용사 ICG 등 글로벌 큰손들이 최근 한국 임대주택 시장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모건스탠리는 서울 금천구에서
SK디앤디와 협력해 195실 규모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 중이며, 성북구에서도 60실 규모 주거시설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운용자산 870조원 규모의 글로벌 사모펀드 KKR은 홍콩계 공유 주거 기업 위브리빙과 손잡고 국내 시장 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영등포구의 한 호텔을 프리미엄 주거시설로 탈바꿈하는 한편 동대문구에는 이미 임대주택 '위브플레이스 회기'를 선보였다.
영국 대형 자산운용사 ICG는 국내 부동산 전문기업 홈즈컴퍼니와 함께 지난해 3000억원 규모 펀드를 구축했다.
이들은 서울 강남과 가산, 명동 일대를 비롯해 경기 수원에서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해 주거시설로 전환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외국계 자본들은 전세사기 후폭풍과 함께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가 임대차 시장 변화를 재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1인가구는 783만가구로, 전체 가구의 35.5%를 차지한다.
이는 전통적 가족 형태인 4인 이상 가구(370만가구)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1~2인 가구로 범위를 넓히면 그 비중이 64%에 이르며 2030년에는 70% 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소형 가구의 주거 형태가 월세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KB금융그룹이 최근 발간한 '2024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가구의 45.1%가 월세에 거주하고 있다.
이는 2022년 대비 8.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박재영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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