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대 완성차 업체인 닛산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투기 등급 수준의 기업 신용도 하락과 더불어 수익성 악화와 잉여현금 부족이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급기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임할 예정이다.


11월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어려운 시기를 맞은 닛산에서 스티븐 마 CFO가구조조정 책임자임에도 사임할 예정이며, 회사에 남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마 CFO가 사임하면서 기존 최고경영진 중에서는 우치다 마코토 최고경영자(CEO)만 남게 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2019년 마 CFO와 함께 승진했던 아슈와니 굽타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년5개월 전에 사임했다.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행동주의 투자자 무라카미 요시아키의 투자사인 에피시모캐피털매니지먼트의 압박이 마 CFO 퇴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달 12일 닛산이 제출한 반기 보고서의 주주 명단에서 에피시모가 운용하는 펀드의 이름이 확인됐다.

닛산을 상대로 주가 개선 대책을 압박할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퍼졌다.


마 CFO의 사임은 지난달 7일 발표된 구조조정안에 따른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우치다 CEO는 이날 결산 설명회에서 실적 부진에 따라 직원 9000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 닛산 직원 13만명의 7%에 해당한다.


생산 능력은 20%가량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공장을 언제 폐쇄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닛산의 전 세계 연간 생산 능력은 2020년 기준 700만대였으나 현재 500만대 이하로 떨어졌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20%를 줄이면 400만대에도 못 미치게 된다.


닛산은 구조조정을 통해 고정비를 약 3000억엔(약 2조8000억원) 줄일 계획이다.

회사 운영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자사가 보유한 미쓰비시자동차 주식 10%를 미쓰비시자동차에 매각할 계획이다.


현재 닛산은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에서 투자 적격 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을, S&P에서는 투기 등급(BB+)을 받고 있다.


뒤처진 라인업과 판매 인센티브 지출 증가, 북미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부진 등 이유로 닛산의 실적은 타격을 입고 있다.


내년 3월에 마감되는 회계연도 기준 닛산의 영업이익은 1500억엔(약 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70%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곳간도 텅텅 비어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판매 부진과 재고 부담 증가로 지난 4~9월 닛산의 영업현금흐름은 -2340억엔을 기록했다.

이에 자본지출 현금흐름(-2143억엔)을 더한 전체 잉여 현금흐름은 -4483억엔(약 -4조1700억원)으로 코로나19가 발발한 기간 중에 기록한 -5046억엔과 맞먹는 최악의 수준이다.


아울러 2026년 3월에 5700억엔(약 5조3000억원) 상당의 채권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닛케이는 "어떤 형태로든 닛산이 만기 도래 이전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고 전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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