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규모 확 줄인 대기업, ‘OO인재’와 ‘국제통’ 만큼은 놓치지 않았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ㅜ 사옥. [사진출처 = 연합뉴스]
주요 기업에서 정기 인사를 속속 단행하는 가운데 임원 승진 축소, 기술 인재 중시, ‘트럼프 2기’ 대응 글로벌 인재 등용 등이 올 연말 인사 경향을 보여주는 키워드로 꼽히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올 연말 인사에서 승진 폭을 최소화하고 임원 자리를 줄여 조직을 슬림화하려는 경향을 보여준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경영 여건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을 적극 반영한 결과다.


LG그룹의 전체 승진 규모는 작년의 139명보다 18명 줄어든 12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신규 임원은 지난해(99명)보다 13명 줄어든 86명이다.


특히 배터리 업황 둔화로 실적 부진을 겪는 LG에너지솔루션의 임원 승진자는 14명으로 작년의 24명 대비 대폭 축소됐다.


LS그룹도 이번에 부회장 승진을 포함한 총 승진자는 22명으로, 최근 3년 내 가장 적은 수준이다.


조만간 SK그룹 정기 인사 에서도 계열사별 임원 축소가 잇따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지난달 CEO 인사와 함께 조기 임원 인사를 단행한 SK지오센트릭의 경우 어려워진 화학 업황을 고려해 임원 수를 기존 21명에서 18명으로 14% 줄였다.

또 SK에코플랜트 인사에서도 임원 수가 66명에서 51명으로 23% 축소됐다.


임원 승진 규모 축소 분위기 속 주요 기업들은 기술 인재 발탁에는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경쟁 구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미래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돌파구는 기술을 통한 본업 경쟁력 강화 뿐이라는 판단에서다.


반도체 사업에서 위기를 겪는 삼성전자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에 사장급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을 신설했다.


메모리·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 DS부문 제조&기술담당 등을 지낸 반도체 공정개발 및 제조 전문가인 남석우 사장이 CTO를 맡아 기술 경쟁력 강화를 주도한다.


LG그룹은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바이오·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 인재를 대거 등용했다.

전체 신규 임원의 23%인 28명을 ABC 분야에서 발탁했다.


이문태 LG AI연구원 어드밴스드 ML 랩장(수석연구위원), 이진식 엑사원 랩장(수석연구위원), 조현철 LG유플러스 상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AI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 연구 역량을 갖춘 1980년대생으로 모든 이번 인사에서 임원으로 신규 선임됐다.


SK이노베이션이 SK E&S와의 통합을 앞두고 지난달 단행한 인사에서 교체된 자회사 사장 3명(SK에너지 김종화·SK지오센트릭 최안섭·SK아이이테크놀로지 이상민)은 모두 이공계 출신이다.


내년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글로벌 정세 불확실성이 커질 ‘트럼프 2기’ 시대에 대응하려는 움직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북미 수출이나 투자 비중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국제적인 경험과 감각을 갖춘 인사를 잇따라 요직에 등용하는 분위기다.


일례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은 미국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끌어온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맡는 식이다.


한 사장은 미국에서 글로벌 고객을 대응하며 네트워크를 탄탄히 쌓아온 만큼 미국 현지에 고객사가 많은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이끌 적임자로 낙점됐다.


현대차는 대표이사에 호세 무뇨스 최고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을 선임하는 파격 카드를 꺼냈다.

현대차 1967년 창사 이래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2019년 현대차 합류 이후 딜러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중심 활동으로 북미 지역 최대 실적을 잇달아 경신하면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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