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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
A씨는 최근 초등학생인 딸의 키즈폰 전화번호를 변경했다.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오빠랑 연락하자, 호텔 1번에 6만원’이라는 문구와 성인물웹사이트주소(URL)가 담긴 메시지를 받아서다.
수신차단을 해 봐도 다른 전화번호를 활용해 또 보내니 도통 대응할 방법이 없다.
이동통신회사가 어린이들이 음란성·사행성 스팸 메시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 번도 사용이 된 적 없는 전화번호를 키즈폰에 최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키즈폰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5월부터 만 19세 미만 고객을 대상으로 정책을 시행 중이고, KT와
LG유플러스는 전산 개발을 마친 뒤 도입할 방침이다.
키즈폰은 만 12세 이하 어린이가 사용하는 단말기를 의미한다.
부모가 자녀의 동선을 확인하고 유해한 콘텐츠를 차단하거나 위험 감지 시 자동 신고할 수 있는 기능 등을 갖췄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불법 스팸 문자는 지난 2020년 2000만건 안팎이었다가 지난해 3억건을 넘어섰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억건이 넘는 신고가 이뤄지면서 연말까지 4억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팸 문자의 기승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경제적 피해로 이어진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미사용 전화번호는 불법 스팸 문자를 받을 확률이 낮다며 키즈폰 사용자에게 우선 배분해 줄 것을 이통사에 요청했다.
지난 8월 말 기준 키즈폰 가입자는 약 60만명이다.
하지만 미사용 전화번호는 이통사를 모두 합쳐도 17만9324개에 불과하다.
이통사가 보유한 전체 전화번호의 1% 수준이다.
듀얼폰과 세컨폰 개통 수요도 증가세라 전화번호가 고갈되는 속도도 빠른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확보한 미사용 전화번호를 풀어 주고 새로운 전화번호 자원 발굴을 도와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해지된 전화번호의 재공급 기간을 현행 90일에서 최대 180일로 연장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최대한 새로운 전화번호 혹은 오랫동안 묶여있던 전화번호를 미성년자들에게 배정하고 있다”며 “전화번호 자원이 유한한 만큼 스마트 기기에는 010이 아닌 020을 부여하는 등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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