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돈 걱정 덜어줘야 기업도 산다”...더 많은 ‘천원 맥주’가 필요한 이유 [기자24시]

홈플러스의 ‘천원 맥주(타이탄)’. [사진 출처 = 홈플러스]
“알리익스프레스(알리)의 지향은 ‘항상 저렴한 가격(Everyday Low Price)’입니다.

” 지난달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알리 본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레이 장 알리코리아 대표가 한 발언이다.

알리의 메타인지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이 한국 시장에서 취해야 할 위치를 이해하고 있다고 느껴져서다.

고물가 시대에 한국 유통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향한 소비자들의 의구심을 계속 파고들 것이란 뜻으로 들렸다.

월마트의 가장 오래된 판매 전략인 ‘매일 초저가(EDLP·Everyday Low Price)’도 떠올랐다.

둘 다 유통업의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말이다.


한국 유통업계에서 불붙은 ‘1000원 마케팅’도 예사롭지 않다.

1000원 마케팅 역시 알리와 월마트가 그랬듯, 항상 저렴한 가격이라는 유통업의 본질에 집중하는 듯 보여서다.

1000원 마케팅 상품은 가격을 앞세운다.

편의점 CU는 990원이라는 가격을 정한 뒤 상품을 출시한다.

회사는 ‘1000원 채소’ 개발을 위해 개별 업체의 원물을 각각 매입한 후 나누는 과정을 버렸다.

대신 자동화·정보화된 농산물산지유통센터와 계약을 맺고 그곳에서 여러 농가의 채소를 한꺼번에 사서 나누는 방식을 도입했다.


홈플러스 ‘1000원 맥주’의 뒷이야기는 더 흥미롭다.

회사는 소규모 양조장(저장조 120㎘ 이하)과 협업해 세금 감면 효과를 이끌어 1000원을 맞췄다.

주류 소매가의 상당 부분인 주세를 줄이기 위해서다.

상품 디자인과 작명은 내부에서 직접 해결했다.

당연히 두 상품의 가격과 판매는 ‘에브리데이’다.


그동안 유통업계의 전략은 어땠나. 가격은 두고 양을 줄여 가격 인상 효과를 노리는 식품사의 ‘슈링크플레이션’은 많은 소비자를 분노케 했다.

양은 두고 품질을 낮추는 ‘스킴플레이션’은 더 고약했다.


10원이라도 더 싸게 팔기 위한 전쟁은 점점 치열해질 것이다.

수년째 이어지는 고물가로 젊은 세대는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있다.

1000원 상품의 주된 소비자들도 2030이다.

더 많은 ‘10원 전쟁’이 더 많은 양질의 ‘1000원 상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이유다.


이효석 컨슈머마켓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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