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사태 새 국면 ◆

지금이라도 당장 멈춰야 한다.

그리고 당장 만나야 한다.


요즘 산업계 최고경영진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고려아연 사태를 염려한다.

'고려아연 혈투' '쩐의 전쟁'이라고 불리며 재계 최대 현안이 됐다.

이렇게 양측이 막장으로 달려가면 장씨와 최씨 일가 모두 패배자가 될 것이 뻔하고, 투자자들 피해는 물론이고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머니게임으로 번지면서 영풍과 고려아연 양측의 재무 상태도 크게 악화되는 양상이다.

금융권에서 급히 돈을 빌리다 보니 연 6%를 넘나들 정도로 높은 이자율을 약속하고 조달하면서다.

연간 이자비용만 2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대체 이 같은 돈을 어떻게 매년 갚으려 하는지 알 수 없다.

승자의 저주를 얘기하는 이유다.


고려아연이 비철금속 제련 분야 세계 1위다 보니 산업계 전체 생태계까지 휘말릴 태세다.

반도체와 2차전지 소재를 비롯한 국가 기간산업의 공급망 위기가 우려된다.

핵심 기술 유출과 인력 이탈 가능성에 대한 염려도 갈수록 커진다.

중국만 좋아할 일이라는 비판이 틀린 말은 아니다.

힘들게 구축해 놓은 자체 공급망과 생태계까지 흔들릴 위기다.


고려아연도 휘청인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니켈 공급 계약이 성사를 눈앞에 두고 무산됐을 정도다.


75년 동업자가 이런 식으로 선을 넘어선 안 된다.

갈 데까지 가선 안 된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군의 장형진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이제 직접 만나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때마침 9일 양측이 입장을 내놨다.

MBK가 공개매수 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했고, 고려아연 측은 MBK 측의 공개매수 철회를 촉구했다.

양측 입장이 나온 만큼 물꼬는 텄다고 본다.


이제 정부가 나설 때다.

언제까지 뒷짐만 질 것인가.
경제학 게임이론에서 내시균형(Nash Equilibrium)이 언제나 파레토 최적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죄수의 딜레마'가 대표적인 사례다.

고립돼 서로 소통할 수 없는 죄수가 각자 이익을 위해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지만, 최선의 결과를 얻진 못해서다.

그 해결책이 중재자다.

양측이 신뢰할 수 있는 제3자가 구속력을 갖추고 중재를 해준다면 얼마든지 보다 더 좋은 결과를 선택할 수 있다.

지금이 그 타이밍이다.


[송성훈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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