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랄인증 비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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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용산구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일대 식료품점에 할랄 인증마크가 붙어 있다. 한주형 기자 |
연간 3000억원에 달하는 대(對)인도네시아 식품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당장 17일부터 수출하는 식품에 할랄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국내 중소업체 대부분이 미처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한 과자업체 대표는 "인도네시아에 과자류 등을 수출하기 위해 준비 중인데, 버터가 동물성 원료여서 식품에 버터를 첨가하지 말라고 요구해 비상이 걸렸다"며 "버터를 첨가해야 풍미 등이 좋아지는데, 버터 대체 원료가 없어서 난감하다"고 말했다.
9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업체들이 인도네시아에 농림·축산·식품을 수출한 금액은 2억4630만달러다.
인도네시아 인증 당국이나 국내 교차인증 기관에서 인증을 못 받으면 모두 수출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인도네시아에 수출한 식품 품목 중 가공식품이 전체의 72%를 차지하지만 업체들의 할랄인증 취득 비율은 작년 말 기준으로 36%에 그친다고 전했다.
대형사들은 인도네시아 현지 인증기관 관계자를 한국에 초청해 인증을 받는 방식으로 준비 중이다.
문제는 작은 업체들이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허용한 국내 인증업체는 2곳이 있지만 한 번 인증을 진행할 때마다 비용 수천만 원이 발생해 작은 가공식품 수출업체들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연 매출액 1000억원 미만의 한 식품업체를 운영 중인 사업자는 "한국에서 할랄인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실
효성이 낮은, 일종의 인증을 위한 인증"이라며 "한국에서 할랄인증을 받고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려니 현지에서 다시 인증을 취득하라고 해서 관련 작업을 추진 중이다"고 토로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당초 할랄제품보장법에 따라 2019년 시행하려다가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5년을 유예한 것이므로 충분히 시간을 줬다는 입장이다.
국내 인증기관 관계자는 "당장 다음주부터 인증이 의무화되기 때문에 스케줄이 촉박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 식품 제조공장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다.
중소 식품업체를 운영 중인 대표는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이슬람 국가에 식품공장을 설립하려고 했는데, 이슬람교인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할랄음식 전용 생산라인을 별도로 만들라고 해서 포기했다"고 전했다.
2년 후에는 식품뿐만 아니라 화장품·의류 등도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할랄인증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추진 중인데, 올해 식음료를 시작으로 2026년에 화장품·의류·건강보조식품·가정용품·사무용품 등 사실상 전 품목으로 할랄인증 의무화를 확대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인도네시아 수출은 91억4000만달러(약 12조원)에 달한다.
품목 수도 헤아리기 어렵다.
인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수출에 큰 충격이 예상된다.
세계 최대 규모 할랄시장 인도네시아를 포기할 수도 없다.
이슬람협력기구(OIC)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할랄 소비의 11.3%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평균 할랄시장 성장률이 15%에 이른다.
이슬람의 까다로운 율법 탓에 무슬림이 아닌 일반인도 할랄식품을 찾는 등 할랄 경제는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반면 국내 인증기관 2곳은 식품 외에 화장품·의류 등에 대한 인증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K푸드는 물론 K의류·K화장품을 인도네시아로 원활하게 수출하기 위해서는 국내에 다수의 할랄인증 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해 한국기계전자시험연구원(KTC)이 1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할랄보장청(BPJPH)과 상호인정협정(MRA)을 체결할 예정이다.
KTC 관계자는 "식품 외에 국내 최초로 화장품·화학·생활용품·의약품 등에 대해서도 할랄 시험·인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식품연구원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이슬람 국가에 식품을 수출할 때 인증 외에 여러 가지 요구하는 게 많다"며 "이번을 계기로 한국 중소업체들이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할랄식품(Halal Food)
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용된 방식으로 제조·가공·유통돼 무슬림들이 먹어도 되는 식품을 의미함
[문지웅 기자 /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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