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입니다” 이랬다 저랬다 말바꾸는 일본 총리…처음부터 쉽지 않은 이유

아시아판 나토·금소세 강화
이달 중의원 선거에 한발빼

지난 4일 국회에서 소신표명연설을 하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정책에 대해 한발 물러서고 있다.

이달 말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논란이 되는 정책을 강행할 경우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전날 중의원 대표 질의에서 자신의 지론인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과 미일지위협정 개정과 관련해 “단시간에 실현된다고 당연히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선은 중요한 외교·안전 보장상의 과제에 대처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아시아판 나토 창설은 일본의 집단 자위권 정의에 부합하지 않고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평화 헌법과도 어긋날 수 있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미일지위협정 개정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일본 정부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면 미일 외교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도쿄와 평양을 잇는 연락사무소 설치를 공약으로 내건 이시바 총리는 전날 관련 질의에 “향후 대응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변하는 것을 삼가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면은 경제정책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총리 취임 전 언급한 금융소득과세 강화에 대해 “현시점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한발 물러섰다.


일본의 금융소득 세율은 금액과 관계없이 20%(소득세 15%, 주민세 5%)다.

우리나라처럼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누진세 적용을 받는 구조가 아니다.


이러다 보니 전체 소득에서 금융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부유층일수록 세 부담률이 낮아진다.

특히 연간 소득이 1억엔을 넘어설수록 세 부담률이 낮아지는 ‘1억엔의 벽’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누진세 신설이 논의됐었다.


부부가 다른 성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자는 ‘선택적 부부 별성’ 제도 도입과 관련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어 국민 각층 의견이나 국회 논의 동향 등을 근거로 해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도입 여부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말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언급을 피했다.


이시바 총리도 도입에 긍정적인 선택적 부부 별성 제도는 국민 다수가 찬성하고 있으나, 자민당을 지지하는 보수층에서 반대하고 있다.


도쿄 한 슈퍼의 쌀 판매 코너에 ‘쌀 부족으로 공급에 어려움을겪고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이시바 내각이 임금 인상을 통한 디플레이션(성장 없이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 탈피 계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8월 실질임금은 0.6% 감소하며 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시바 내각 출범 전의 통계이기는 하지만 실질임금이 플러스로 전환한 6~7월에는 여름 상여금 효과가 있었고, 최근 쌀과 농산물 등의 가격 상승세가 가파른 점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실질임금을 다시 플러스로 돌려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질임금은 5월까지 역대 최장인 2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시기를 전망하기는 어렵지만 고물가가 진정하면 실질 임금이 플러스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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