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쩐해전술' 2탄 ◆

중국 정부가 지난달 대규모 유동성 공급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2000억위안(약 38조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잇따라 내놓은 것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과의 '무역 갈등'이 갈수록 격해지면서 내수 경기 활성화에 총력을 펼치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8일 정산제 주임(장관급)과 류쑤서·자오천신·리춘린·정베이 부주임(차관급)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패키지 증량 정책의 시스템적 이행, 경제 상승 구조 개선 및 발전 추세 지속 호전' 상황을 소개했다.

증량 정책은 정부 투자와 국유기업 자금 운용 확대 등을 포함한 확장적 재정·금융정책을 뜻한다.


이에 앞서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과 증권·금융 감독기구 수장들은 지난달 24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은행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해 시장에 1조위안(약 190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정책금리와 주택대출금리 인하, 증시 안정화 자금 투입 등의 대책도 발표했다.

다음 날인 25일에는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0.3%포인트 인하하며 3000억위안(약 57조원)을 은행에 지원했다.

또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 인하도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4일 판궁성 중국인민은행장은 "LPR 금리도 0.20~0.25%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시기의 문제일 뿐 연내 추가 인하가 유력하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국 당국이 경기 부양책을 잇달아 내놓자 중국 내부에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증권보는 "MLF 금리 인하는 은행들의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고 LPR과 예금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만큼 안정적인 시장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달성이 문제없다는 반응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연이어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것은 중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4.9%를 기록한 뒤 4분기 5.2%, 올해 1분기 5.3%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올해 2분기 4.7%로 급락하며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최근 UBS는 전망치를 기존 4.9%에서 4.6%로 내렸고 JP모건과 노무라증권도 각각 4.6%, 4.5%로 전망치를 낮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BoA 분석가를 인용해 "중국의 성장 동력이 2분기와 3분기에 꺼지고 있다"며 "중국 경제가 신뢰 저하로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더 과감한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게다가 최근에는 미국·EU와의 관세 전쟁으로 수출길마저 좁아지고 있다.

EU는 지난 4일 중국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최고 45.3%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달 말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수출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손실이 예상된다.

아울러 미국과 캐나다 등도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100%의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중국 당국은 내수 증진과 소비 촉진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달 중국 소매 판매는 2.1% 상승하는 데 그치며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산업생산도 4.5% 성장했지만 시장 전망치(4.8%)를 하회했다.

정 주임은 이날 "소비를 촉진하는 조치를 시행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며 "특정 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상품 소비의 지속적인 확대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과 중산층 등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늘리고 대규모 설비 교체와 소비재 보상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연금·보육 서비스 확대 등도 제시했다.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서는 상업용 주택 건설 통제 및 최적화, 기존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인하 등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종합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은 이날 EU산 브랜디에 대한 임시 반덤핑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공고에서 "EU산 수입 브랜디의 덤핑이 국내 브랜디 산업에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예비 판정했다"고 전했다.

최근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최고 45.3%로 확정한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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