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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분쟁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 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가열되면서 글로벌 고객과의 대형 구매계약 협의가 무산되는 일이 발생했다.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핵심 사업에도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26년으로 예정된 올인원 니켈제련소 완공을 앞두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 A사와 니켈 공급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계약 성사를 앞두고 협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이 A사와 추진하고 있던 계약은 니켈 2만t 분량을 공급하는 건으로 계약금액은 약 4억달러(약 5400억원) 수준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이 연합해 공개매수에 돌입하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역시 대항 매수에 나서 경영권의 향방을 알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되자 잠재 고객사들이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기에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이후
고려아연의 생산 차질은 물론 인력 이탈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복수의 완성차 업체들은
고려아연 측과 반도체 황산이나 니켈 구매 등 기존 논의를 중단하거나 계약을 순연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사 외에도
고려아연은 복수의 국내외 업체들과 총 2만3000t 분량의 니켈 공급계약 건을 최근까지 논의했지만 이 계약마저도 무산되거나 순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영향을 받은 계약 규모를 합하면 6200억원으로 추산된다.
고려아연 올인원 니켈제련소는 니켈 정광부터 매트(Matte), 산화광의 니켈수산화물(MHP)까지 모든 니켈 함유 원료를 처리하고 가공할 수 있도록 설계돼 배터리 핵심 소재 종합 생산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곳이다.
이외에도
고려아연은
LG화학과 함께 세운 한국전구체주식회사(KPC)와 케이잼 등을 통해 다수의 2차전지 배터리 업체, 소재회사들과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전구체, 동박 등의 공급계약을 논의하고 있는데 현재 이마저도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전구체주식회사는 최근 세계 최초 기술을 적용한 공법의 양산에 들어갔고, 케이잼 역시 상업생산을 눈앞에 두고 납품 협상을 진행 중이었는데 주요한 협상이 중단되면서 동력을 잃게 됐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중국의 광물 수출통제로 광물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고려아연은 핵심 소재 공급과 원자재의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신사업에 나선 상태다.
이번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면 견고했던 네트워크와 자체 사업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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